‘12·3 내란사태’를 부른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와 포고령은 그 절차부터 내용까지 위헌·위법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언론·표현의 자유를 통제하는 조항만 놓고 봐도 과거 독재 정권이 무고한 시민과 언론인을 탄압한 포고령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 3일 박안수 계엄사령관 명의로 발표된 포고령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언뜻 법에 근거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헌법 제77조는 비상계엄 선포 시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등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계엄법 제9조는 계엄사령관이 언론·출판·집회·결사 등에 대해 역시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헌법은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로 제한한다. 특히 계엄법상 ‘비상계엄’은 국가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 ‘군사상 필요’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선포해야 한다.
각 항목의 문구를 뜯어보면 더 구체적인 문제가 확인된다.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 등을 금한다’거나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내용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헌법(제21조)을 정면으로 위배했다는 지적이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언론·출판 검열은 헌법상 절대적으로 금지된다”며 “(언론·표현의 자유는) 국가 안보나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서도 제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별한 조치’를 통해서 사후적 규제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조직을 통제하는 것은 몰라도 ‘사전 검열’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전시 군사 이동이나 안보 시설 정보가 언론 매체를 통해 무분별하게 퍼지거나 이적방송이 이뤄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겠으나, 제한 없는 사전 검열은 용인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포고령이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처럼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금지 대상을 명시한 문제도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에서 ‘가짜뉴스’는 정권 비판적 보도에 대한 철퇴로 악용돼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는 보수 단체의 민원 창구처럼 기능했다.대통령실의 ‘가짜뉴스’ 규정은 ‘윤석열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김만배-신학림 녹취), 대통령 비속어 보도(바이든-날리면) 등에 집중됐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심위지부는 “단 며칠이라도 방심위 직원들이 보도 검열에 동원되었더라면 추후 내란죄의 공범으로 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끔찍한 상상이지만, 개연성 있는 시나리오”라 우려한 바 있다.
실제 포고령이 현실화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난 역사가 증명해왔다. 1979년 10월 박정희 정권은 대통령 장기 집권에 반대하는 부마(부산·마산) 민주항쟁을 진압하려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유언비어의 날조 및 유포 금지’, ‘언론, 출판, 보도 사전 검열’ 등의 포고령을 발표했다. 1980년 5월 신군부는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며 낸 포고령에서 사전 검열 대상에 ‘방송’을 추가했다. ‘유언비어’가 ‘가짜뉴스’로, ‘검열’이 ‘통제’로 바뀐 것을 제외하면 2024년 12월의 계엄 포고령과 유사하다.
1979년 10월 당시 김영일 국제 앰네스티 한국지부 부산·경남지부 간사는 ‘데모에서 총소리가 군중에서 났다는 이야기가 있다’라고 전한 것이 ‘유언비어 유포’라는 이유로 1981년 징역 2년이 확정됐다. 비슷한 시기 노향기 한국기자협회 부회장 등 언론인들도 ‘신군부 검열 거부’를 결의해 출판한 혐의로 구속돼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민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에 따르면 1979년 10월27일~1981년 1월24일 456일 계엄 기간 신문·방송·통신·잡지·문화홍보 등 총 27만7906건의 기사가 검열됐고, 약 9.7%가 부분·전면 삭제됐다. 계엄군 활동과 그에 따른 피해 사실, 사상자 처리는 ‘발표 내용’만 쓰고, 시위자들의 방화·약탈 등 ‘사실 보도’만 가능하다는 지침이 강제되던 때다.
김영일씨 등은 훗날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당시 계엄 포고령이 ‘군사상 필요’가 아닌 반대 세력 진압을 위해 선포됐고, 언론·출판 자유를 침해했으며,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금지 조항이 명확성 원칙에 위배돼 위헌·위법이라 판단했다. 역시 2024년 12월 계엄포고령에도 적용될 수 있는 사유들이다.
국제사회에서도 세드릭 알비아니 국경없는기자회(RSF) 아시아태평양지부장이 5일 “계엄령이 즉시 해제되지 않았다면 윤 대통령은 언론을 검열하고 그들이 유포하는 정보를 통제할 권한을 가졌을 것”이라며 “그가 당선 이후 비판자들에게 적대감을 보인 사실을 감안할 때 특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국네앰네스티 한국지부는 4일 이번 사태가 “국제인권법 및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기본 원칙에 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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