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면 한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와 국내 경제의 불안정성이 맞물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보다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는 말이 나온다.
미국 외교 전문지 디플로매트는 10일(현지시각)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이 한국 경제에 미칠 충격은 과소평가돼선 안 된다”며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낙관적 발언에 의문을 제기했다. 해당 매체는 한국 현대사에서 계엄령이 경제와 금융시장에 야기한 혼란 사례들을 근거로 들었다.
4·19 혁명 당시 이승만 전 대통령의 하야와 계엄령 선포는 경제 악화를 초래했으며,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이후에도 경제 회복에는 8년이 걸렸다. 당시 한국의 GDP 순위는 32위에서 40위로 추락했다. 전두환의 1980년 군사 쿠데타 때도 GDP는 세계 평균보다 3.5%포인트 낮아졌고 경제는 위축됐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안전 자산인 미국 달러와 국채로 자금을 이동했고, 한국 주식시장을 추종하는 MSCI 한국 ETF는 1시간 만에 6.5% 급락했다. 비트코인 가격도 한때 30% 이상 폭락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전에 미국과 사전 협의하지 않은 점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웠다.
디플로매트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심각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주요 동맹국들의 신뢰를 상실했으며, 윤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는 향후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관계에서도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적으로는 윤 대통령의 법인세 인하와 정부 재정 적자 해결을 위한 중앙은행 및 외환보유고 차입으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됐다. 최근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로 인해 한국은행이 경기 침체를 해소할 정책적 여지가 줄어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이에 더해 반도체 산업, 한국 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마저 위기를 겪고 있어 경제 상황은 더욱 나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제 여건도 불리하다. 미국은 고용 시장이 냉각되기 시작했고, 정부 적자와 부채는 전례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중국은 디플레이션과 경제 둔화를 겪고 있으며, 유럽 경제 역시 침체 상태다. 유럽과 중동에서 계속되는 전쟁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12월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도 적절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월은 미국 투자자들이 절세를 위해 손실을 본 자산을 매도하는 시기인 까닭에 한국 주식시장의 부진이 더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정치적 혼란이 없었더라도 한국 주식 매도 가능성이 높았다는 점에서 비상계엄 선언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를 가속화한 셈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기관 펀드 매니저들은 한국 금융 자산 보유를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기업들의 자본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축소를 초래할 것이다. 성장 잠재력의 감소는 한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하락으로 이어져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디플로매트는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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