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블룸버그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시기가 끔찍했다(terrible timing)고 11일(현지 시각) 비판했다. 한국 경제가 압박을 받고 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사용까지 언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주의 회복력을 시험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윤 대통령은 어딘가 조금이라도 안정이 필요할 때 한국 경제를 혼란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여기다 비상계엄 선포뿐만 아니라 이후 정국이 혼란에 빠지면서 한국 경제가 더욱 어려운 처지에 빠졌다고 짚었다. 윤 대통령이 탄핵을 피했지만, 조기 퇴임 압박이 커지고 있고 윤 대통령이 9일 법무부에 의해 출국이 금지되는 등 한국 정치가 안정되지 않자 이미 위기에 처했던 한국 경제가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가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선 상황을 언급하며 “수많은 단체가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기 위해 매일 국회 앞에서 촛불 집회를 열 계획”이라며 “이는 수출 둔화, 경제성장률 감소로 한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무역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블룸버그는 한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상황이 한국 경제를 더욱 위태롭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에 군인을 보내는 대신 러시아로부터 첨단 전투기와 미사일 기술 등을 이전 받을 수 있는 상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에 복귀하면 미국과 중국의 전쟁이 악화할 수 있는 환경은 한국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다만 블룸버그는 윤 대통령이 그동안 쌓은 성과가 있다고 봤다. 2022년 취임 이후 한국이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에서 벗어나도록 이끌었고, 미국과의 무역 관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일본과의 역사적 긴장 관계를 제쳐두고 일본과 군사, 외교, 경제적 관계를 견고하게 맺었다는 것도 높이 평가했다. 물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동북아에서 중국에 맞서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지만, 윤 대통령의 외교 성과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윤 대통령의 불가피하고 지저분한 퇴진을 앞두고 한미일 관계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정치적 자본이 사라지게 했고, 글로벌 문제에 있어 책임감 있는 플레이어로서 한국의 브랜드를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블룸버그는 “여전히 한국은 미국과 일본에 있어 전략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여겨지지만, 그 평판은 윤 대통령의 행동으로 인해 더럽혀졌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인에게 당부도 남겼다. 블룸버그는 “유권자들은 한국의 회복력을 신뢰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며 “최우선은 정치 교착 상태가 해결될 때까지 국가 안보 문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다.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와 협력하는 동시에 한국이 일본과 쌓아온 호의를 활용하는 현명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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