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손지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령 선포 이후 여권이 최대의 위기를 맞았음에도 내부에서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의 이견으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여권에 직격탄이 될 탄핵보다는 ‘꼼수’를 선택하기 위한 여러 경우의 수를 고민하고 있지만,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탄핵 표결 불참 이후 ‘상설 특검’으로 이견 분출
국민의힘은 10일 오전 중진회의를 열고 당의 위기를 극복할 차기 원내대표에 대해 논의했다. 원내대표로는 이미 원내대표직 경험이 있는 나경원 의원과 권성동 의원 등이 물망에 올랐다. 나 의원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중진 회의에서는 권 의원 추대로 중지가 모아졌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한 대표는 권 의원의 원내대표 추대를 단호히 반대하고 나섰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중진회의에서 권 의원을 추대한다는 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취지의 질문에 “중진회의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친한계로 꼽히는 6선 조경태 의원은 오전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권 의원의 원내대표 추대론에 대해 “그럴 수 있다고 보는데 이 사태 수습엔 조금 새로운, 다른 인물도 고려해야 하지 않냐고 중진 회의에서 얘기했다”고 밝혔다. 친윤(친윤석열)-친한계의 반목이 다시 반복된 셈이다.
오후 본회의 직전 열린 국민의힘 비상의원총회에서는 민주당에서 본회의에 상정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상설특검 수사 요구안에 대한 당론 등을 의논했다. 결국 본회의에서 ‘자율투표’를 진행했고, 친한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상설특검에 찬성하면서 해당 안은 통과됐다.
해당 법안에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육군 참모총장) 등 내란 혐의자에 대한 특검을 진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수사 대상에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도 포함되면서 상설특검 가부에 관심이 쏠렸다. ‘상설특검’은 별도의 특검법 제정 없이 가능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대상이 아니다.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이날 오후 의총에서 상설특검에 찬성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상설특검을 당론으로 반대하기 어렵지 않냐”고 말했다고 한다. 여당 의원총회에서 당론을 정하기 위한 무기명 투표까지 실시했으나 찬성 46표, 반대 46표, 기권 3표로 당론 없이 각 의원 소신에 따라 투표하기로 했다.
이에 ‘내란 상설특검(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수사요구안)’이 재석 의원 287명 중 찬성 210표, 반대 63표, 기권 14표로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국민의힘에서는 곽규택, 김건, 김도읍, 김상욱, 김소희, 김예지, 김용태, 김위상, 김재섭, 김태호, 김형동, 박수민, 박정하, 배준영, 배현진, 서범수, 안상훈, 안철수, 우재준, 조경태, 진종오, 최수진, 한지아 의원 등 23명이 상설 특검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 당 최대 위기에 난맥상 지속
오는 14일 2차 탄핵 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의 가장 큰 고민은 윤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 시점이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에서 다수 의원들이 “윤 대통령의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정책위의장은 현재 정국에서 윤 대통령 퇴진 후 대선을 진행하게 된다면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주는 수순이기 때문에 이재명 대표의 재판 시점과 윤 대통령 퇴진 후 대선 시기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현재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기 위해 ‘국정 안정 TF’를 발족했다. TF에서는 두 가지 안을 고심하고 있다. ‘2월 하야’ 또는 ‘3월 하야’다. 하지만 현재 전국적으로 윤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시위가 계속되고 있어 적절한 대책인지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이양수 국정안정 TF 위원장은 이날 본회의 산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TF 안대로 2~3월에 하야하면 60일 이후인 4~5월에 대선을 치르게 된다”며 “(두 방안은) 탄핵보다 더 빨리, 명확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국민께서도 탄핵보다 더 올바른 선택으로 생각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지금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 헌법재판소 심판까지 6개월 정도가 걸린다.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르게 되기 때문에 대선까지 최장 8개월이 걸릴 수 있다”며 “헌법재판관 공석을 채우는 문제가 있고, 검찰 수사 중에 심리가 중단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 판결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민심이 들끓는 상황에서 최선이 아닌 차악으로 대통령의 사법적 처벌도 제시됐다. 탄핵이 아닌 직무정지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대통령의 헌법 제71조에 명시된 ‘사고’라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국회에서 「시사위크」와 만나 “지금 상황이 어쨌든 여기서 탄핵을 결정해버리면 그냥 (국민의힘은) 끝이다”라며 “검찰, 경찰, 공수처의 수사에 의해 사법 기관의 처벌을 받는 게 제일 좋은 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체포돼서 ‘사고’가 되면 확실하게 헌법에 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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