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특별경영체제를 8개월째 이어오고 있는 한국공항공사의 ‘수장 공백’ 상황이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윤석열 정권이 비상계엄 후폭풍에 휩싸여 국정 동력을 잃으면서 신임 사장 선임 절차가 한동안 중단되는 것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적자행진과 저조한 경영평가 결과 등의 개선이 시급하고 공항수요가 급증하는 연말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한국공항공사의 안정화 및 재도약은 요원하기만 하다.
◇ 김오진 전 차관 유력했는데… 인사 절차 중단 불가피
한국공항공사는 지난 4월 말 ‘특별경영체제’에 돌입했다. 2022년 2월 취임한 윤형중 전 사장이 임기를 1년여 앞두고 스스로 물러나면서다. 문재인 정부 시절 취임한 그는 앞서 여당 등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았으며, 국토교통부 차원에서 감사까지 착수하자 사퇴를 결심했다. 이에 이정기 부사장이 사장 직무대행을 맡는 한편, 기관장 공백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특별경영체제를 꺼내든 것이다.
특별경영체제 하에 한국공항공사는 만일의 긴급사항에 대비해 경영진 중심의 상시 소통채널을 구축하고, 주말 등 여객 집중 기간엔 전담 본부장을 지정해 대처하는 등 항공기 정상운항 관리와 각종 안전·보안사고에 최우선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신임 사장 선임을 위한 움직임도 이어졌다. 윤형중 전 사장이 물러난 지 두 달여 만인 지난 6월 사장 공모를 내고 선임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이어 지난 7월엔 서류 및 면접 심사를 통해 5명의 후보군을 추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 전달했다. 남은 절차는 공운위 심의·의결과 주주총회 의결, 그리고 국토교통부 장관 제청을 통한 대통령의 임명이다.
이런 가운데, 신임 사장 유력 후보자를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주인공은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이다. 김오진 전 차관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초기 한시적으로 운영된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으로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주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많은 반대와 논란, 비판에도 강하게 밀어붙였던 사안이다.
임무를 마친 뒤 지난해 6월엔 국토교통부 1차관에 임명되며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다. 정치외교학 박사로서 줄곧 정치권에 몸담았던 그는 국토교통부 1차관이 관장하는 업무 관련 전문성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이후 다시 1년여 만에 한국공항공사 사장 공모에 나선 그는 ‘사실상 내정’이란 평가 속에 또 다시 낙하산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또한 지난 10월 국감에서 대통령 관저 불법증축 의혹이 불거지면서 한국공항공사 사장 지원을 철회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 속에 한국공항공사 신임 사장 선임 절차도 지지부진하게 이어졌다.
문제는 그 이후다.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키면서 중대 변수가 발생했다. 윤석열 정권이 국정 동력을 상실한 것이다. 정국이 큰 혼란에 빠진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을 떼고 자신의 임기를 포함한 정국 안정 방안을 당에 일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편으론 야당 차원의 탄핵 추진이 계속되고 있으며 검찰과 경찰,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까지 내리며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공항공사의 신임 사장 선임 절차는 한동안 멈춰서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이 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적어도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돼야 인사가 가능하다. 더욱이 유력 후보자로 꼽혔던 김오진 전 차관은 사실상 선임이 어려워졌다. 전례에 비춰보면, 이 경우 공모 자체가 다시 이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자칫 다음 정부 출범 이후까지 미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이미 8개월 째 수장 자리가 비어있는 가운데, 공백이 더 길어지는 것을 피하기 어렵게 된 한국공항공사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적자전환해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왔다. 올해는 흑자전환이 예상됐으나, 상반기까지 적자가 지속됐다. 또한 올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D등급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여러 모로 신임 사장 선임과 함께 안정 및 재도약이 필요한 시기이지만, 뜻밖의 변수인 비상계엄 사태로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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