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서 열린 ‘계엄 수업’, 김선생님법으로 배운 작은 시민의식

[더퍼블릭=유수진 인턴기자]  강원지역의 작은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위해 진행 된 ‘계엄 수업’이 화제다.

1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초등학교 교사 김모씨는 간밤의 계엄 사태를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계엄 수업을 진행했다.

교실에 들어온 김 교사를 보고 한 아이가 “선생님 A가 B를 때렸어요”라고 하자 김 교사는 ‘번뜩’하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김 교사는 “안 되겠다. 지금부터 김선생님법을 만들 거야. ‘김선생님법 1호, 친구가 때리면 같이 때린다’ 모두 이 법을 지켜야 하고, 안 지키면 처단당할 거야”라고 하자, 교실 분위기가 푹 가라앉았으나 이내 아이들은 다시 시끄럽게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어 김 교사는 다시 교실에 “친구 때린 사람 목소리를 들으니까 기분 나쁘다”며 “김선생님법 2호. 친구를 때린 사람은 1시간 동안 말을 하지 못한다. 안 지키면 내가 처단할 거야”라며 2호 법을 선포했다.

김선생님법 2호가 선포되자 아이들의 눈빛은 흔들리기 시작했으며, 처단이 뭐냐고 묻는 학생에게 “학교에서 쫓아내는 것”이라고 답했다.

법의 효과는 확실했다. 아이들이 입을 닫자 교실내에는 어색한 침묵이 돌았다.

김 교사는 평소와 같은 학급 생활을 보내던 아이들이 김선생님법을 마주하자 잘못을 저지른 학생이 돼 담임의 눈치를 보게 되고, 이윽고 교실 전체가 숙연해지는 모숩이 어젯밤 포고령을 마주한 자신 같다고 생각했다.

김선생님법은 6호까지 늘어났고, 이 법에 따라 2학년 학생들이 자치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자 6학년 선배들이 교실을 찾아 “선생님이 아이들을 모임에 못 가게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얘기했다.

6학년 선배들은 미리 선생님과 짜놓은 작전대로 “김선생님을 몰아내자”라고 구호를 외쳤다.

하지만 2학년 아이들은 쉽사리 외치지 못했고, 6학년 선배들이 다시 한 번 “김선생님을 몰아내자”라고 더 크게 외치자 따라서 소리치며 학생 자치 모임으로 향할 수 있었다.

이후 2학년 아이들은 ‘우리반법’을 함께 만들어 김선생님법을 무효화 시켰고, 흰 종이 위에는 우리반법의 3개 조항이 비뚠 글씨로 ▲김선생님법을 만들 수 없다 ▲선생님은 바보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맜(맞)아야 한다 가 적혀 있었다.

김 교사는 10일 연합뉴스에 “아이들이 작아도 (부당한 억압에 대해) 어른과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며 “‘얘들이 뭘 알 수 있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번 일을 통해 어린이 역시 작은 시민이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이어 “아이들은 평소 그래왔듯 놀이를 한 것이지 누굴 때리거나 싸운 것은 아니었다”면서 “김선생님법이 교실에서 사라지고 교사와 학생들은 참으로 귀하고 소중한 일상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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