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방위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정부 역할이 뒷받침 돼야 하는 대규모 계약이 흔들릴 조짐이 나타나는데다 국가 신인도가 달린 문제라 위기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뉴스프리존은 현 상황을 정리해보고 해법을 모색하는 연속기획을 마련했다.
[서울=뉴스프리존]한 민 기자= 12·3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의 여파로 잘 나가던 K-방산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대통령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능해져 정부 기능 공백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부 간 거래(G2G)’의 특성이 강한 방위산업 분야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서다.
10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해외 정상들이 방산 관련 한국 방문 일정을 잇따라 취소하거나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공화국 대통령은 지난 4일 경상남도 사천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방문해 한국형 기동헬기(KUH) 시험 비행을 진행하려 했으나 일정을 취소했다.
전날 양국 관계를 ‘포괄작 동반자 관계’ 로 격상하는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KAI를 방문하기로 했던터라 의미가 컸지만 비상 계엄 사태로 무산됐다.
방산 분야 협력을 요청했던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도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우리나라를 찾아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기업과 비공개 면담을 할 예정이었지만 모두 최소했다.
특히 크리스테르손 총리가 지난해 5월 한덕수 국무총리의 유럽 순방 당시 “한국과 방위산업 분야 협력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면 좋겠다”고 밝혔던 만큼 국내 방산기업의 기대가 높았던 상황이었다.
이번 방한 기업인 중엔 스웨덴 방산업체 SAAB(사브) 등의 지분을 소유한 인베스터AB의 야콥 발렌베리 회장도 있었다.
발렌베리 회장은 5일 한국무역협회 주최로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스웨덴 전략산업 서밋’에 참석했지만 총리의 방한 취소에 일정보다 하루 앞당겨 6일 돌아갔다.
이와 관련해 복수의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계엄 선포 사태로 한국의 대외 신인도가 훼손된 만큼 방산 수출에 악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업계에선 당장 현대로템의 폴란드 K2전차 추가 판매 계약에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현재 폴란드와 K2전차 2차 계약을 두고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다. 1차 계약으로 180대를 순차 납품하고 있으며 820대가 2차 계약 물량으로 남아 있다.
현대로템 홍보실의 이수현 책임은 “(9조원 규모로 예상되는)2차 계약의 경우 가격 협상만을 남긴 상태라 외부 상황과는 무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적 혼란이 길어지면서 정부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게 되면 추후 가격 협상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추진 중인 약 3조3500억원 규모의 폴란드 오르카 프로젝트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 역시 현 정치적 혼란이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과 경쟁 중인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의 경우 정부와 기업들이 총력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최근 ‘수출 원 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상대방에 대한 고발·고소를 각각 취소·취하하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으나 정부 차원의 지원이 없이는 타국 기업들과의 경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 체제의 특성상 특히 국가 정상 간 소통이 계약 체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동 지역에서도 수출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중동 시장은 한국 방산업계에겐 유럽에 이어 새롭게 떠오르는 수출 시장이다.
LIG넥스원은 2002년 아랍에미리트(UAE)에 ‘한국형 패트리엇’인 천궁-Ⅱ를 35억달러 가격에 수출했다. 이어 중동 국가들의 대공 방어망 구축 강화 수요에 힘입어 올해 추가로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로의 천궁-Ⅱ 수출 계약을 따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과거 이명박 대통령이 UAE 국왕과 직접 담판을 지어 바라카 원전 수주를 이끌어낸 것처럼 중동 국가들은 국가 정상 간 소통을 중시한다”면서 “이번 사태로 난감한 처지가 됐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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