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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예타 폐지 의결됐는데…’대통령 재가’는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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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재정법·과학기술기본법 10일 국무회의 의결

과기정통부 “이달 중 국회 제출할 것”

대통령 재가 반드시 거쳐야…’말뿐인’ 직무 배제 우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후 한국 사회에 혼란이 몰아치고 있다. 사진은 9일 대통령실 모습.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후 한국 사회에 혼란이 몰아치고 있다. 사진은 9일 대통령실 모습. /사진=뉴시스

국가 전략기술 R&D (연구·개발) 가속화를 위해 정부가 추진해오던 R&D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 폐지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지만 ‘대통령 재가’가 필요하다. 여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배제를 주장한 상황에서 최종 재가를 내릴 주체를 두고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10일 R&D 분야 예타 폐지를 위한 국가재정법과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R&D 예타 폐지는 지난 5월 기재부와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대형 R&D 사업 투자 시스템 개편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예타 조사를 받는 데만 평균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면서 국가 간 기술 개발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현장의 지적이 있어서다. 또 과학기술 R&D의 특성상 미래 수요 가능성을 예타 조사만으론 평가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었다.

이번 국가개정법 개정안에는 ‘△국가연구개발사업과 △연구개발 수행에 필수적인 건설공사를 예타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담긴다. 예타 폐지 후 대형 연구시설, 연구장비 도입 등 구축형 R&D 사업에 대해 진행할 ‘맞춤형 심사제도’는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을 통해 법제화한다.

기재부와 과기정통부는 이날 개정안을 의결하고 “이번 달 중 법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법령안은 국무회의 심의 후 반드시 대통령 재가를 받아야 한다. 국정이 지금처럼 마비된 상황에서 개정안이 이달 내 국회 문턱을 밟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입법절차/그래픽=이지혜
정부입법절차/그래픽=이지혜

법제처에 따르면 국무회의 심의를 마친 법률안 및 대통령령안은 국무총리 및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하고 대통령이 재가한다. 대통령의 재가를 받으면 법제처에서 대통령 명의로 국회에 제출한다. 이어 국회의장의 본회의 보고 후 소관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은 마지막으로 대통령이 공포해야 마침내 법률로서 성립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절차를 주도해야 할 윤석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실상 칩거에 들어간 상태다. 더군다나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윤 대통령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하며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더욱 불가해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8일 대통령의 직무 배제를 발표했지만, 윤 대통령이 법적으론 여전히 대통령의 권한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국무총리와 여당 대표가 이 권한을 대행할 근거도 없다.

실제 이달 내 대통령 재가가 이뤄진다고 해도 문제 소지가 있다. 국무총리와 여당이 대통령의 직무 배제를 밝힌 상황에서 만약 대통령 재가가 이뤄진다면 사실상 ‘말뿐인’ 직무 배제였음을 드러내는 모양새가 된다. 실제 8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전 장관이 제출한 사의를 윤 대통령이 수용했음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과기정통부는 그럼에도 법 개정안이 2025년 상반기 국회 심사를 통과한다면 내년 하반기부터 예타 폐지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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