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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되지 않은 윤석열, 끝나지 않은 내란…민주공화국 지키고 6공화국 넘어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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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 밤에 시작된 잇단 사건은 치밀하게 준비된 친위쿠데타임이 밝혀지고 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계속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자는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다. 12월 7일 국회는 국민의힘(이라 쓰고 ‘내란의힘’이라 읽는다)의 방해로 탄핵소추안을 표결하지 못했다. 심지어 국민의힘 대표 한동훈은 내란에 동조한 혐의가 있는 국무총리 한덕수와 함께 초헌법적 과도정부를 운영하겠다는 내란 제2라운드를 시도했다. 12월 9일(월) 현재, 수사기관들이 모두 나서서 수사 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연출하지만 윤석열은 아직 체포되지 않고 있다. 즉,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늘 그랬듯 이번에도 쿠데타를 막는 힘은 시민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시민들이 쿠데타군으로부터 국회를 지켜 국회가 제 역할을 하게 함으로써 민주공화국의 생명이 끊어지지 않았다.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지는 날에도 여의도에는 백만 명의 시민이 운집해 국회의 탄핵안 가결을 압박했다. 많은 이들이, 특히 중장년일수록 이 광경에서 8년 전 촛불시위를 연상한다. 그때의 촛불이 K-Pop 팬클럽의 야광봉으로 바뀐 모습에 경이로워하며 촛불의 승리가 한 번 더 재연되고 말리라는 위안을 얻는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지금 상황은 결코 박근혜 퇴진운동의 재연이 아니다. 부패한 정권을 몰아내려던 운동의 반복이 아니다. 또한 윤석열과 이재명-조국으로 나눠 치열하게 전개되던 진영 대결의 연장도 아니다. 12월 3일 이전의 그 어떤 사건이나 흐름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현실이 그날 이후 펼쳐지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은 우리의 모든 일상의 전제였던 ‘민주공화국’을 공격했다. 아니, 공격하고 있다. 지난 40여 년 간 우리 삶의 골간으로 당연시되던 제6공화국 질서가 기습 공격을 당하고 있고, 우리는 지금 그야말로 가까스로 이를 지켜내는 중이다.

이런 초유의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태도 중 하나는 ‘경험의 관성’이다. 제6공화국 출범 이후 처음으로 민주공화국이 정면 공격을 당하는 상황에서 지난 경험의 관성대로 움직이는 것만큼 어리석고 위험한 짓이 없다. 탄핵안 표결에서 국민의힘이 ‘내란동조정당’의 ‘외롭고 고된 길’을 택한 것 역시 어느 정도는 현 상황을 2016년 촛불 정국의 반복 정도로 여기는 우매함과 뻔뻔함 탓이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열어젖힌 세상에서 이런 관성에 기대는 어떤 개인이든 세력이든 역사의 무시무시한 파도에 쓸려나가 버릴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서울역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서울역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제6공화국, 무엇이 부서졌고 무엇이 살아남았는가?

물론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이번 주 안에 반드시 윤석열을 체포하든 탄핵하든 자진 하야시키든 하는 것이다. 일단은 모든 시민이 그간의 이념이나 정견, 입장 차이에 상관없이 이 한 가지 목표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하지만 민주공화국을 지키기 위해서도 내란 와중에 우리의 ‘현존’ 민주공화국, 즉 제6공화국 헌정 질서에서 지금까지 무엇이 파괴됐고 무엇이 살아남아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민주공화국의 적들에 의해 과연 무엇이 돌이킬 수 없이 무너졌고 무엇이 재건의 토대로 버티고 있는가?

첫째, 대통령. 제6공화국 체제에서 민주정부의 핵심 기둥으로 상정된 대통령직은 씻을 수 없는 손상을 입었다. 제6공화국 체제라는 거대한 건축물은 민주적인 직접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이 헌정 수호자 역할을 한다는 한 가지 기본 전제에 의지해 구축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이것이 1987년 6월 거리에서 전두환 군사독재에 맞선 시민들 사이의 최소 합의였다. 그런데 헌법대로 직접선거로 선출된 그 대통령이 직무 중에 친위쿠데타를 꼼꼼히 기획했고 시민들이 잠든 틈을 타 이를 무자비하게 관철했다. 민주공화국의 심장이라 여겼던 부위가 민주공화국을 뒤엎는 반역의 원점이 됐다. 이제 우리 모두는 이 무거운 의미를 곱씹어야 할 운명이다.

둘째, 국회. 국회는 12월 3일 밤 민주공화국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지금도 온갖 방해 속에 유일하게 이 역할을 수행하는 헌법기관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사실 민주정에서 가장 근본적이면서 핵심적인 기관이 의회라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며, 우리 헌법 역시 제헌헌법 때부터 줄곧(유신과 5공 시기를 제외하면) 이를 전제해왔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시민들 사이에서는, 심지어 ‘민주 시민’이라는 정체성을 자각하는 이들 사이에서조차 국회를 ‘세금 낭비하는 기구’ 정도로 바라보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박정희 군사쿠데타 세력이 1960년대부터 씨앗을 뿌려 가꿔온 이 반민주적 사고가 너무도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다.

그러나 12월 3일 밤의 광경 앞에서 우리 머릿속의 악성 종양 같은 이 망상은 깨져 버렸다. 직선 대통령이 국민의 기본권을 짓밟으려고 일격을 가했고, 시민의 응원을 받은 국회가 이를 물리쳤다. 비상 상황에서 시민[국민]주권의 마지막 제도적 구현체로 나설 수밖에 없는 국회의 권위가 더없이 명확히 확인됐고, 지금도 국회는 한동훈-한덕수의 위헌적 과도정부 선포를 무력화시키면서 계속 이런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이로써 앞으로 폐허 위에서 민주공화국을 재건하려면 최소한 어떤 헌법기관을 발판으로 삼아야 할지 분명해졌다. 그 기관은 국회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자정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관으로 계엄군이 진입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자정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관으로 계엄군이 진입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지금 국회란 실체적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의 연합이다. 105명의 ‘내란동조당’ 의원단은 탄핵소추안 가결을 가로막으며 내란범 편의 ‘제5열’ 노릇을 하고 있다. 이것은 민주공화국이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단지 현재의 국회 그대로가 아니라 ‘철저히 개혁된’ 국회여야 함을 말해준다. 최소한 ‘내란동조정당’이 철저히 배제되어야 하고, 이들이 국회 의석 1/3을 넘을 만큼 과대 대표되도록 보장해주는 시대착오적 선거제도도 바뀌어야 한다.

셋째, 시민/국민. 헌법에 명시된 주체 가운데 가장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은, 아니 이 사건을 통해 다시 한 번 헌법의 유일한 주체임이 확인된 것은 시민이다. 시민들은 12월 3일 밤에 친위쿠데타의 성공을 막아내고 이후에 계속 내란 세력과 대치하여 유무형의 항쟁을 지속함으로써, 시민이야말로 민주공화국의 헌법기관들이 파괴되거나 반역을 저지르더라도 이를 뒤집어 나라를 다시 세울 수 있는 주권자임을 분명히 했다. 시민들은 지금도 국회를 압박하며 내란 세력을 포위하는 내란 진압 대오의 본진이다. 3.1운동과 4.19혁명에서 대한민국의 뿌리를 찾는 헌법 전문과 시민[국민]주권을 선포한 헌법 제1조는 그 효력을 입증했다.

이것이 내란 1주일차의 대차대조표다. 제6공화국을 제6공화국이게 만든 헌법기관(직선 대통령)은 복구가 불가능할 타격을 입었지만, 항쟁하는 시민들이 전보다 더 강한 힘으로 살아 있고 국회가 그 손발 구실을 하고 있다. 이 대오로 우리는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모든 권한을 마침내 정지시키고 감옥에 가두고 말 것이다. 내란을 진압하고 민주공화국을 지켜낼 것이다.

그러면서 또한 우리는 민주공화국을 잿더미에서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이미 적나라하게 드러난 제6공화국의 약점과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과반도 안 되는 득표로 선출된 대통령에게 민주공화국을 유지할 모든 권한과 책임을 맡겨 버리는 현 대통령제에 작별을 고해야 한다. 대의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담당기관인 국회를 한국 사회 현실에 맞게 제대로 구성하고, 그런 국회가 그에 맞는 권한과 책임을 행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민주공화국의 실체인 시민의 권력이 지금 같은 비상 상황만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구현되도록 시민이 정치에 직접 참여할 제도적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이런 반성과 새로운 합의를 담은 제7공화국으로 나아가야 한다.

더욱 다양한 시민 항쟁 전술을!

덧붙여 내란 진압 운동에 함께 하는 모든 시민과 정파, 사회운동에 제안하고 싶은 게 있다. 지금까지 시민 행동은 국회의 중대한 표결과 동시에 개최되는 집회 형태로 펼쳐지고 있다. 이런 식의 대응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상황이 긴급하게 전개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는 2016-17년 촛불 시위의 관성 탓이기도 하다. 그래서 주말 대규모 집회로만 항쟁의 외양을 상상하게 된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현 국면은 2016년과 같지 않다. 내란이 진압되지 않은 비상 상태다. 그렇다면 대규모 시민 집회뿐만 아니라 다양한 일상 전술이 기획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돌이켜 보면 1987년 6월에는 오히려 차량 경적 시위처럼 시민들이 부담 없이 참가할 수 있는 다양한 행동 전술이 있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 표결과 윤석열 체포를 기다리는 지금 국면이야말로 매일 이런 저항 행동이 표출됨으로써 주권자의 의지를 더욱더 가시화해야 할 때다. 광장을 비춘 야광봉들의 번쩍임마냥 다채로운 저항 행동의 제안과 분출을 기대해본다.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및 구속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관련 손팻말과 응원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및 구속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관련 손팻말과 응원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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