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4년 만에 연안침식관리구역 지정에 나선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파도의 세기가 강해지며, 연안 피해가 심해지자 더 이상 손을 놓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연안침식관리구역이란, 나무나 숲 외에 인공구조물을 설치할 수 없어 주거시설이나 상업시설을 지을 수 없는 곳이다. 토지 형질 변경·바닷모래 채취 등 임의적 개발행위가 금지될 뿐만 아니라,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출입이 제한되기도 한다. 그간 해수부는 토지 보상, 시설물 철회 등 주민반대에 부딪혀 침식관리구역을 지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침식 위험도가 커지며 내년부터 침식관리구역 지정을 강행하기로 했다.
10일 해수부 관계자에 따르면 2015년 침식관리구역 지정을 시작한 후 2015년(3곳), 2016년(3곳), 2021년(1곳) 외에는 침식관리구역을 설정하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 그동안 침식관리구역을 지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연안침식관리구역은 총 7개소로 맹방해변(강원 삼척시), 봉편해변(경북 울진군), 대광해변(전남 신안군), 원평해변(강원 삼척시), 금읍해변(경북 울진군), 꽃지해변(충남 태안군), 남애1리~소동해변(강원 양양군 강릉시)이다.
하지만 더 이상 연안침식에 대해 손 놓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 해수부 판단이다.
해수부의 연안침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연안 250곳의 침식 실태 조사에서 A등급(양호)을 받은 곳은 10곳(4.0%)에 그쳤다. B등급(보통)은 87곳(34.8%), C등급(우려)은 136곳(54.4%), D등급(심각)은 17곳(6.8%)으로, 우려·심각으로 분류된 연안이 전체의 61.2%였다.
해수부는 국가와 지자체가 침식 위험이 있는 토지 등을 매수해 연안침식관리를 본격화한다. 당장 내년부터 예산 40억원을 들여 국민안심해변 시범사업지(강원 강릉시 순긋~사근진지구, 전북 고창군 명사십리지구)를 연안침식관리구역으로 지정하고, 완충지대를 조성한다.
시범사업지 외에 추가로 지정할 예정인 국민안심해변 사업예상지 18곳도 추후 연안침식관리구역으로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해수부는 침식관리구역으로 지정하는 국민안심해변 완충지를 중심으로 캠핑장과 공원 등 문화관광단지로 개발할 예정이다. 선정 지역의 주변 환경을 고려해 해안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산책로, 해안가 숲과 해변 공원으로도 만든다. 특히, 차박(차에서 숙박)을 즐기는 캠핑 마니아들의 연안 관광 유입을 위해 해안가에 캠핑장을 마련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사업비는 해수부와 지자체가 7:3 비율로 나눠 부담한다.
아울러 해수부는 내년 연안정비사업 대상지 4개소를 추가 지정한다. 모래가 유실되어 해수욕장의 기능을 잃을 뿐만 아니라 태풍 발생 시 고(高) 파랑으로 인해 주민 재산 피해가 발생하거나 도로가 유실되는 등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해수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연안정비사업을 지속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30년 내 기준으로 파랑(큰 물결)이 왔을 때 침식·침수 피해가 우려되는 곳을 선정해 연안정비사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연안정비사업은 국비 200억원 이상을 투입해 방파제·부두 등 침식 방지를 위한 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올해 연안정비사업이 준공된 곳은 부산 다대포해안 동축지구, 강릉 정동진 해변지구, 울릉군 남양1리지구 3개소였다.
내년부터 정비사업을 시행할 지역은 동해 양양 죽도, 경남 거제 망치, 부산 기장 송정, 포항 울릉 남양3리 지구다. 각각의 지구는 태풍 및 잦은 파랑에 의해 모래가 유실되거나 해빈 폭이 감소한 곳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연안정비계획에 따라 지자체 수요를 받고 현장 평가를 통해 사업 지역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