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세종=김두완 기자 아이가 태어나면 시기별로 중요한 사안들이 있다. 신생아 시기에는 성장과 발달이 중심이고, 영유아 시기에는 감기, 알레르기, 아토피 등 환경적 요인들이 중요한 관심사다. 요즘 소청과를 찾는 신생아 부모들은 아이들의 머리와 귀 모양에 관심이 많다. 아이의 머리 한쪽이 눌려있거나, 귀가 접혀 있는 등의 모습이 집에서 발견돼 소아과를 찾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처음 접한 신생아 부모들은 당황하기 일쑤다. 주변 지인에게 물어봐도 답을 구하기 어렵고 소청과를 찾아도 진단이 다를 때가 있어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국내 소아청소년과(이하 소청과) 개원의로는 처음으로 ‘사두증’과 ‘귀 연골이상’을 주제로 책을 낸 바 있는 손근형 원장(손근형소아청소년과의원)은 어떤 답을 내놓을까. 지난달 30일, 그를 세종시 나성동에서 만났다.
– 주말인데도 환자가 굉장히 많은 것 같다.
“토요일은 평일보다 진료환자가 더 많이 몰린다. 진료시간이 오후 1시까지임에도 오늘 하루에만 130명 넘게 진료했다. 맞벌이 부부들이 많다 보니 토요일에 더 진료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도 병원 진료 접수 어플로 순번을 확인할 수 있어 보호자들에게는 병원에서 대기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다.”
– 요즘은 주로 어떤 환자들이 많이 찾나.
“아무래도 소아환자들이어서 날씨 환경 변화에 따라 감기나 폐렴 환자가 많이 찾는다. 요즘은 폐렴 바이러스에 일종인 RS바이러스 감염 환자들이 많다. 하지만 신생아를 둔 부모들의 경우, 다른 진료를 받으러 왔다가 한참을 주저하며 꺼내놓은 질문이 있다. ‘아이 머리모양이 동그랗지가 않아요, 목욕시키다가 우연히 발견했는데 괜찮을까요?’다. 그러면 바로 진료를 시작한다. 대부분 ‘사두증’ 진단을 내리고 치료 방법을 제시한다.”
– 사두증이란 질환이 생소한데, 무엇인가.
“사두증은 머리 대칭이 맞지 않는 질환을 말한다. 의학적으로는 ‘위치적 두개변형’의 한 종류다. 위치적 두개변형은 통상 △사두증 △단두증 △주상두증(또는 장두증)으로 구분한다. 사두증은 한쪽 뒤통수는 들어가고 반대쪽은 튀어나와 양쪽이 비대칭을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 단주증은 뒤통수가 납작한 형태, 주상두증은 머리 앞뒤가 긴 형태다.”
– 사두증이 생기는 원인은 무엇인가.
“사두증은 신생아 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주로 올바르지 못한 보육자세에서 비롯된다. 예를들어 한 자세로 계속 눕혀두는 경우다. 또 △신생아를 조기출산 △사경(아기 머리 위치가 한쪽으로 기울여져 있는 것)으로 인한 머리변형 △쌍둥이로 인한 머리변형 등이 원인에 해당한다. 누워 있는 자세가 바르지 못할 경우, 아이 두개골이 변형을 일으켜 두개 안면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압력에 의해 두개골 성장에 제한을 받게 되면 두개골은 비대칭적으로 변하거나 편평한 모양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사두증이 발병되면 뇌 성장이나 발달에 영향을 미치고 안면비대칭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이후에는 체형도 불균형이 된다.”
– 아이를 키우고 있는 기자도 이런 부분은 몰랐다. 어떻게 이런 진료를 하게 된건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자격증을 따고, 새내기 전문의로서 진료를 시작했을 때 이런 내용은 생소했다. 대학병원 수련 과정에 이런 진료 내용은 없었기 때문이다. 진료실에서 ‘아이 머리가 납작한데 괜찮을까요?’란 질문을 들었을 때 당황했고 그저 상황을 모면하려고 ‘괜찮다’ 말했다. 하지만 점점 이런 질문이 늘면서 이 분야를 독학으로 공부했다. 2016년부터 열심히 기록을 남기며 사두증에 대한 연구와 진료를 병행했다. ‘이쁜 머리는 부모가 아이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보호자들에게 알리며 현재도 진료를 진행하고 있다.”
– 사두증 치료방법은 어떻게 되는가.
“우선 가급적 빨리 병원을 내원해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예전에는 ‘시간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생각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사두증은 골든타임이 있다. 셀프 교정이 가능한 시기는 생후 4개월 전이다. 생후 1~3개월 시기는 머리가 말랑해 모양 변화가 많다. 따라서 셀프로 머리가 튀어나온 부분은 바닥에 닿게 해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하는 등의 자세 변경을 통해 교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4개월 이후에는 아이의 힘과 의지가 세져서 부모가 원하는 자세로 장시간 눕힐 수 없게 된다. 그래서 4개월 이후부터는 헬멧 교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이는 6개월까지다, 헬멧 교정의 원리는 튀어나온 부분을 감싸서 더 이상 튀어나오지 못하게 하는 원리다. 치료 적기를 놓치지 않으면 아이에게 예쁜 머리를 선물할 수 있다.”
– 골든타임을 말씀주셨는데, 골든타임이 지나면 동반되는 다른 문제들이 있는가.
“골든타임은 셀프치료 등 비교적 쉽게 치료할 수 있는 관점에서 언급했다. 사두증은 생명과 직결되는 질병은 아니다. 하지만 방치하거나 무관심하면 아이에게는 성장한 후에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 또 건강상으로도 척추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안면비대칭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안면비대칭의 경우 앞이마, 귀위치, 볼살, 광대뼈, 눈크기, 정수리 높이 등의 위치가 달라지는 현상으로 추후 다른 합병증으로 연결될 수 있다. 또 요즘은 ‘웰 베이비(well baby)’란 말이 있다. 기존에는 소청과에서 ‘식 베이비(sick baby)’, 즉 아픈 아이만 진료했지만, 건강하게 잘 자라기 위해 ‘웰 베이비(well baby)’가 되기 위한 진료도 한다. 그만큼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도록 하기 위한 부모들의 관심이 많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 소청과에서 많은 진료를 할 텐데 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아이들은 자생의 잠재력이 대단하다. 부모들이 조급하고 걱정이 앞서는 것도 이해가 되지만 아이들의 자생력을 믿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의사는 신이 아니다. 최선의 노력을 다할 뿐이다. 서로가 조금만 믿고 기다려 준다면 우리는 환화게 웃은 아이를 모습을 볼 수 있다. 소청과 전문의를 선택했던 것도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모습으로 대학병원을 찾아왔던 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뛰어나가는 모습에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우리 아이들을 위해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
– 소청과 전문의 11년차인 것으로 안다. 소청과를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이나, 바라는 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저출산 시대에 소청과 개원의마다 어려움은 제각각이라 생각한다. 모두가 쉽지 않은 상황일테니 이렇다 저렇다 쉽게 말하긴 어렵지만 정부 차원에서 소청과의 특수성을 좀 살펴봐 줬으면 한다. 소청과는 성인과 달리 진료할 때 보조인력이 필수다. 소아를 다루다 보니 진료시 옆에서 아이를 잡아줄 인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가제, 솜 등 의료용품도 더 다양하게 준비해야 한다. 따라서 성인과 같은 수가의 진료라 하더라도 소청과가 비용적인 측면에서 타과에 비해 더 드는 것이 현실이다. 아이들의 건강과 미래를 위해 시스템적인 고민을 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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