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이 5년 전부터 안산시에서 이용하고 있는 ‘4·16 목공소’가 내년 상반기 중 철거된다. 묘지공원인 꽃빛공원에 있는 이 목공소는 유족들이 자식을 잃은 슬픔을 잊으려 활동해온 장소다. 유족들은 갑작스러운 시의 통보에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보이는데, 시는 최근 장사 공간이 부족해져 이런 결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9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를 겪은 유족들은 1년 뒤 정부합동분향소에 설치된 부스에서 목공 활동을 시작했다. 소일거리로 트라우마 치유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안산시에 있는 화정교회, 용인시에 있는 고기교회 등이 이를 지원하면서 가능했다.
다만 2018년 합동분향소가 철거되면서 유족들의 목공 활동은 불가능해졌는데, 이때 지원을 이어가기로 한 게 안산시다. 시는 세월호 참사 수습의 일환으로 2019년 5월 단원구에 있는 묘지공원인 꽃빛공원에 공간을 만들어줬다. 이는 가건물로 임시적인 공간이었다. 유족들은 이곳에서 이전보다 나아간 ‘4·16희망목공협동조합’을 꾸려 활동했다. 그만큼 그동안 유족들의 목공 활동은 슬픔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유족들은 4·16 목공소에서 목공을 매개로 새로운 희망을 찾는 공동체로서 지역 사회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5년여 시간을 지났다. 유족들은 ‘4·16 기억상점’이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목공예품들을 판매하는 등 활발히 활동했다. 그러나 시는 올해 10월 공원에 유해를 묻을 공간이 부족해지자 올해까지만 목공소를 이용토록 하고 철거하기로 했다. 현재 목공소엔 유가족 12명, 일반 시민 5명 등 17명이 일하고 있다. 시는 목공소 부지가 공원(15만9232㎡) 내 188㎡에 달해 해당 부분에라도 장사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시에 따르면 공원엔 매장묘의 경우 5902기 전체가 이미 다 차 있는 상태다. 자연장은 139기, 수목장은 1459기가 각각 남아있다. 시는 시민들이 상대적으로 자연장을 선호하는 특성을 고려했을 때 2~3년 정도면 다 차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시는 내년 상반기에 실시설계 등 행정 절차를 거쳐 예산을 확보한 뒤 하반기쯤에 착공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유족들은 목공소 사용 연장을 시에 요청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시는 애초 가건물로 한시 사용이었고 공원 내 공간이 부족한 만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의사를 유족들에게 전했다.
목공소에서 활동해 온 미지아빠 유해종(64)씨는 “목공소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곳인데,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당장 지원이 끊기니 나가라고 하는데 대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유족들의 사정과 목공소의 의미를 알고 있지만, 설치된 장소가 장사시설로 애초 용도에 맞지 않았던 곳”이라며 “공원 내 부지가 부족해 어쩔 수 없게 됐고 유족들에게도 사정을 잘 얘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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