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성은 인지했지만 계엄일 줄은…
707 특임단장 “사령관, 최근 들어
북한의 서울 도발 가능성 강조
시간 갈수록 강조하는 강도 높아져”
특수전사령부 소속 지휘관들이 비상계엄 선포 당일 한자리에 모여 저녁 식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을 겨냥한 북한 도발에 대해 우려를 표해 온 곽종근 당시 특수전사령관이 계엄 당일 심각성을 언급하며 주요 지휘관과의 저녁 자리를 마련해 “아무 일도 없길 바란다”고 언급했다는 설명이다.
“계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는 주요 지휘관 증언이 잇따르고 있지만, 군 지휘부는 직감적으로 불안감과 심각성을 공유하고 있었던 셈이다.
육군 특수전사령부 예하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대령)은 9일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연초부터 (곽 사령관과) 같이 서울 지역에 대한 동시다발 테러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며 “(곽 사령관이) 최근에는 유사한 내용으로 (오물)풍선 도발 등 여러 이유로 북한에 의한 어떤 형태인지 모르겠지만, 서울 도발이 있을 것이라는 내용을 강조했다. 시간이 갈수록 강조하는 강도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이 북한의 서울 도발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곽 사령관을 포함한 군 지휘부에 관련 맞대응 가능성을 끊임없이 강조해 온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김 단장은 곽 사령관이 “(계엄) 당일은 뭔가 가능성이 높은 식으로 말하면서 ‘나도 아무 일 없으면 좋겠다. 근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TV를 보라고 하고, 곧 뭔가 발표될 것처럼 얘기했다. 좀 심각한 것 같다. 너도 TV를 보고 있으라’고 했다”고 전했다.
다만 곽 사령관의 해당 발언이 어느 시점에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계엄 당일
오후께는 ‘심각성’ 인지한 듯
“계엄 상황 언론 보고 알았다”
곽 사령관은 늦어도 계엄 당일 오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단장은 계엄 당일 “(곽 사령관) 본인께서 마음이 무거웠는지 저녁 식사를 같이 하자고 했다”며 “사령부 처장 등 7명 정도가 같이 저녁 식사를 부대 회관에서 했다. (오후 6시부터) 한 40분 정도 밥을 먹고 헤어졌고, 비상소집 훈련을 하겠다고 보고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곽 사령관이) 아무 일도 없길 바라고 아무 일도 없으면 그냥 집에 가면 된다고 했다”면서도 “‘우리는 그래도 훈련하자’고 했다. 그래서 특항단장(특수작전항공단장)에게 ‘아무 일 없으면 바로 헬기를 보내라’고 했다”고 밝혔다.
곽 사령관이 최근 안보 위기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한 데 대해 실전적 훈련으로 응답하려 했고, 전날 훈련 계획을 미리 마련해 뒀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김 단장은 계엄 당일 저녁 6시부터 곽 사령관을 포함한 지휘관들과 1시간 반가량 저녁식사를 한 직후, 비상소집 훈련을 개시했다. 계엄 가능성과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준비한 훈련이었다고 한다.
그는 “오후 7시 50분에 비상을 걸었다”며 “1시간 내로 출동을 완료해야 해 오후 8시 50분 출동 분장 검사를 완료하고, 오후 9시에 주요 직위자들만 지통실에 모여 사후강평을 했다”고 밝혔다.
사후강평 이후 시간이 흘러 오후 10시가 다 됐음에도 TV에서 이렇다 할 소식이 전해지지 않자, 김 단장은 특항단장에게 전화를 걸어 “헬기 보내봐. 훈련이나 하게”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특항단장은 곽 사령관에게 훈련 실시 여부를 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곽 사령관은 특강단장에게 ‘훈련은 하지 말고 헬기는 대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김 단장은 특강단장으로부터 곽 사령관 지시를 전달받은 시점이 오후 10시쯤이었던 것 같다며 “부대원들에게 ‘오늘 훈련은 이걸로 끝내자. 퇴근 준비해’라고 하고. 퇴근이 전파된 상태에서 사무실로 이동하는데 지통실 인원들이 ‘TV에서 뭐 합니다’라고 했다. (그때) 계엄이라는 걸 봤다”고 말했다.
결국 곽 사령관은 김 단장이 훈련 의지를 피력했을 시점에 ‘중대 발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헬기 대기 명령 등을 하달한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곽 사령관도 계엄 사실에 대해선 “전혀 몰랐던 것 같다”는 게 김 단장의 견해다. 곽 사령관은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병주·박선원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계엄 선포) 한 20여 분 전쯤 장관 지시를 받았다”면서도 “그때는 ‘어떤 상황이 있을 거다’는 정도만 인식을 했고, 비상계엄이라는 상황은 언론 보도를 보면서 그때 최초 인지를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김현태 “계엄에 대한 지식 無
지시사항 이행하기 바빴다”
김 단장은 “(계엄 선포를 알리는) TV를 보고 사무실로 들어오는 순간 사령관 전화를 받았다”며 “(퇴근 명령을 받고) 흩어지고 있는 부대원들에게 ‘다 들어와 빨리’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TV를 시청 중이던 주요 직위자들을 불러 임무를 줬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며 “계엄이란 말에 ‘시키는 것을 빨리 해야 된다’ 몸이 움직이고 있었다. 다른 건 전혀 고려할 틈이 없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령관과 그 이하 모든 사람들은 김 전 장관에게 이용당한 것”이라며 “어느 정도 먼저 조직에 대한 정보를 받았을지언정 모두가 계엄 선포를 생각도 못했고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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