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 주도권을 두고 경쟁하면서 수사 과정에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공수처 이재승 차장은 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공수처는 비상계엄 사태 관련 수사가 진행 초기인 점, 특히 경찰과 검찰의 수사에 대해 그 대상자들과의 관계에 있어 공정성 논란이 있는 점을 들어 이첩 요청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공수처법 24조에 근거해 검찰·경찰에 지난 3일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된 사건들의 이첩을 요청해 왔다. 해당 조항은 공수처장이 다른 수사기관의 수사와 중복되는 사건에 대해 이첩을 요청하면 해당 기관이 반드시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차장에 따르면 공수처는 비상계엄이 발생한 지난 3일 바로 수사에 착수했고 사실상 공수처 인력 전원을 가동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공수처는 관련자들에 대한 강제수사를 위해 다수의 영장을 법원에 청구했으나, 법원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의 영장이 중복 청구되고 있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공수처의 요구에 대해 검찰과 경찰이 각자 수사에 제동을 걸지 않고 사실상 이첩 요구를 거부하는 동태를 보이자 공수처는 검경에 앞서 법무부에 윤 대통령에 대한 출국 금지를 신청했다. 법무부는 이에 곧바로 신청을 승인했다.
이날 오전 있었던 브리핑에서 이 차장은 ‘윤 대통령을 내란 혐의로 체포하는 방안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법적 조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 우종수 특별수사단장 역시 이날 오전 서대문 경찰청에서 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브리핑에서 대통령 대상 수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별수사단을 꾸린 경찰청은 내란죄의 수사가 경찰 소관인 만큼 국수본이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특별수사단에는 기존 120여명의 인력에 30여명의 수사관 인력이 추가 투입된 상태다.
경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자택과 집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 18점을 압수했으며, 이에 대한 포렌식 등 분석을 통해 혐의 입증에 주력할 방침이다.
아울러 경찰은 현재까지 김 전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됐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등에 대해 출국을 금지했다.
피의자로 입건된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등에 대한 출국금지도 검토 중이다.
우 수사단장은 ‘현 행정부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도 수사가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 대상에는 인적, 물적 제한이 없다”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수사할 것”이라고 짚었다.
검찰 비상계엄특별수사본부 박세현 본부장도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체포 가능성을 묻는 말에 “수사 계획에 대해서 답변드릴 수 있는 것은 없다”면서도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대상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끝까지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 6일 검사 20명, 수사관 30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국군방첩사령부 등을 대상으로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다만 이번 검찰의 수사에는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에게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점, 김건희 여사 수사 당시 비공개로 진행해 ‘특혜 조사’ 논란을 산 점 등을 들어 검찰의 수사 개입에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것을 아니까 직권남용으로 걸고 있다”며 “설령 직권남용이 맞다고 해도 수사권은 제한돼 있다. 특히 직권남용으로 현직 대통령을 형사소추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은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함께 정권을 유지해왔다”며 “윤·김 정권에게 입 속의 혀처럼 굴며 이권과 자리를 챙기더니 검찰독재정권 몰락이 가시화되자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도 입장문을 통해 “검찰은 윤석열 내란 수사에서 손을 떼라”면서 “‘친윤’으로 분류되는 박세현 본부장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고교·대학 후배다. 검찰 내 친윤·친한 라인과 내란죄 공범들이 관여하는 셀프 수사를 신뢰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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