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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위기는 넘겼지만…의료·교육·연금·노동개혁 ‘국정동력’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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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대통령실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9일 대통령실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폐기되면서 일단 탄핵은 면한 가운데, 정부가 핵심 국정 과제로 설정한 의료·교육·노동·연금 등 4대 개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와 여당이 윤 대통령의 탄핵의 대안으로 질서 있는 퇴진과 함께 한덕수 국무총리 중심으로 국정 수습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모든 개혁정책이 추진동력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9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졌으나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 퇴장함에 따라 의결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탄핵안은 재적의원 300명 중 3분의 2인 200명이 찬성해야 하는데 안철수·김상욱·김예지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이 표결에 불참하면서 표결 자체가 진행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심을 기반으로 탄핵안을 계속해서 재발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오는 11일 임시국회를 열어 탄핵안을 다시 추진한다.

의료개혁은 정부가 의·정 갈등 장기화에도 끝까지 완수하겠다고 밝힐 만큼 강한 의지를 보여온 국정과제다. 그러나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의료계와 갈등은 더욱 깊어짐에 따라 의료개혁이 좌초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계엄 선포 직후 발표된 포고령에는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내용이 실렸다.

이에 의료계는 분노를 드러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5일 시국선언문을 내고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짓밟고 있다”며 “일방적으로 의료 정책을 강요했고 업무개시명령을 휘두르며 거역하는 자는 굴복시키려 했다”고 규탄했다.

이어 “우리는 반민주적인 계엄을 실행한 독재 정권과 대화할 수 없다”며 “계엄령 선포와 포고령 작성의 진상을 규명하고 전공의를 특정해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한 것을 사과하고 관련자를 처벌하라”며 의료개혁 중단과 대통령 하야를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도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은 철저히 ‘망상’에 기초해 전공의와 의료인을 반국가사범으로 몰았다”며 “‘처단한다’가 국민을 향해 쓸 수 있는 말이냐”고 되물었다.

특히 ‘처단’이라는 표현을 두고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대한병원협회도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이하 의개특위)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 1일 여야의정협의체가 출범 3주 만에 중단된 데 이어 의개특위에서도 의료계가 불참을 발표하면서 의·정 대화 기회가 축소됐다. 당초 의개특위는 이달 내 비급여와 실손보험 개선 방안 등이 포함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여기에 2025년도 예산안 논의까지 중단되면서 내년 예산 증액 여부도 불투명해진 상태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은 이뤄지더라도 2026년부터는 의대 정원이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등 의대 교수들은 최근 연이어 성명을 내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취소를 주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지난 6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최근 대한병원협회가 의개특위 참여 중단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의료계와의 대화와 협의를 통해 의료개혁을 착실히 수행하겠다”고 했다.

지난 4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린 가운데,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과 손팻말을 들고 있다. ⓒ투데이신문
지난 4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린 가운데,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과 손팻말을 들고 있다. ⓒ투데이신문

노동개혁 역시 사실상 추진이 어려워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정년 연장 논의를 진행 중인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는 오는 12일 대국민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노동계는 법정 정년을 65세로 늘리자는 주장을, 경영계는 퇴직 후 재고용하는 방안을 내는 등 의견 차가 커 소통해 여론 수렴을 할 목적으로 개최를 추진했다.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에 반발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토론회는 결국 내년 1월 이후로 잠정 연기됐다.

경사노위는 이번 사태와 관계없이 사회적 대화를 이어 나가겠다고 강조했지만 정년 연장 문제는 노사정의 합의가 필수적이며 국회 입법 절차도 거쳐야 한다. 하지만 현재 노정 갈등이 심해진 상태에서 임기 내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근로 시간 개편 논의 또한 위기를 맞았다. 경사노위 일·생활균형위원회는 현재 1주인 근로 시간 관리 단위를 확대하고 유연근무제를 확대 도입하는 방안 등에 대해 논의 중이다. 노동계는 이 같은 개편이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를 일으킬 수 있다며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지목한 노동약자지원법도 추진력을 잃게 됐다. 당초 노동약자지원은 윤 대통령이 올 5월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강조한 정책이지만, 노동계와 야당의 반대가 커 당분간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교육개혁은 유보통합, 늘봄학교 등 핵심 정책들이 이미 진행, 확대 중인데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등 아직 추진되지 않은 정책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전망이 불투명하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AI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연금개혁안도 폐기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단계적으로 13%까지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2%로 유지하는 연금개혁안을 발표했다. 지속된 갈등 끝에 여야는 이번 정기국회 안에 연금특위를 출범시키는 것에 동의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연금 논의에도 제동이 걸렸다.

앞으로 윤 대통령은 내란죄로 수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이날 오후 3시 윤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를 신청했고 법무부는 윤 대통령을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경찰이 현재까지 출국금지한 대상은 윤 대통령을 비롯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됐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등이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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