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에 굴 껍데기는 더는 골칫거리 폐기물이 아니다. 더없이 값진 친환경 원자재다.
통영 등지 남해안 지역 굴 생산서 발생하는 굴 껍데기는 연간 30만t에 이른다. 이 가운데 23만t은 방치되고 있다. 부패 과정에서 악취 등 민원을 일으킨다. 해양배출 등 처리 비용만 해도 연간 45억 원이 든다.
A사는 굴 껍데기 속에 염화칼슘에 녹아있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이 회사는 천연 제설재를 만들었다.
B사는 돌가루로 단열 페인트를 만들고 있다. 시중의 페인트는 3번 정도 칠해야 단열효과를 볼 수 있지만, B사가 생산하는 페인트는 한 번의 칠 칠하기에 바깥 온도와 10도 차이를 나타낸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듯하다.
가격도 시중의 단열 페인트에 비하면 절반가량이다. 칠 면적 1㎡당 시중 페인트가 4만4000원이라면 이 회사 제품은 2만3000원이다.
이미 10억원의 대기업의 투자를 받았고, 동남아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C사는 소각장 등에서 나오는 폐열(잠열)을 회수해 지역난방에 공급하는 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폐열을 한 번만 잡는 것이 아니다. 130도까지 1차로 회수하고, 2차로 외부로 날려 버리기 일쑤인 60~70도의 잠열도 뽑아낸다.
D사는 이동식 반려동물 화장(火葬)시설을 개발했다. 개조한 승합차에 소각 시설을 설치해 15㎏ 이하의 반려동물을 화장하는 기술이다. D사의 기술은 현행 규제에 막혀 시장진출이 막혔지만 규제샌드박스에 반영됐다. 앞으로 시장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받고 도입 여부가 결정된다.
인천강소연구개발특구사업단(INNOPOLIS·단장 이희관 인천대 교수)의 도움이 있었기에 자리 잡은 기업들이다.
INNOPOLIS는 전국 14개 강소특구 중 유일한 환경특화 특구다. 기술 핵심기관인 인천대학교를 중심으로 수도권매립지 인근 환경연구단지 내 국립환경과학원·국립생물자원관·국립환경인재개발원·한국한경산업기술원 등 환경부 소속 연구기관과 손을 잡았다.
환경 분야 사업화 연계 기술개발 인프라를 활용해 기술공급, 공동연구, 글로벌진출, 환경기술 전문인력 양성 등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22년 6월 인천시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강소특구로 선정된 INNOPOLIS는 2년 만에 5개년 목표치 최소 75.8%에서 최대 216%까지 달성했다.
지금까지 창업기업 50여개, 연구소 기업 30여 업체를 지원했다.
INNOPOLIS는 인천대 창업지원단·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와 공동으로 창업스쿨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특수분야 우수 창업기업에 특구 입주기회를 제공한다. 창업기업 발굴과 창업교육 진행을 위한 온라인 창업스쿨 인프라도 구축했다.
INNOPOLIS는 해외 파트너와 협력해 해외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몽골 생명과학대학교와 MOA를 맺고 해외 지점 오피스 몽골을 설립했다. 지난 5월에는 후속조치로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시스템 2개 기업과 군산 강소특구 태양광 발전시스템, 이차전지 에너지저장장치(ESS) 2개 기업의 해외 실증화 사업 협업을 위해 몽골을 방문했다.
이희관 단장은 “몽골 실증화 사업을 기회로 키르기르스탄, 탄자니아, 필리핀 등지 글로벌 시장 개척에 힘 쏟을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INNOPOLIS는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과 함께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송도컨벤시아 그랜드볼룸에서 ‘최초를 넘어 최고가 되는 도시 인천’을 주제로 2024 인천국제환경기술전도 열었다. 14개 특구 포함해 전국 지자체 유일의 국제환경기술 전문 전시회였다.
강소특구 유관 기관과 특구 기업·단체·대학 등 400여 곳이 참여한 이 전시회에서 수요기술 매칭 상담과 특구 기업 우수기술 및 제품 홍보, 지역 환경 난제 해결방안 토론 등을 벌였다.
INNOPOLIS 활동과 역할의 방점은 ‘생산거점인 검단2일반산업단지 성공적 조성’에 찍혀있다.
/박정환 선임기자 hi21@incheonilbo.com
[인터뷰] 이희관 INNOPOLIS 단장
“환경산업 생태계 메카 부상…인천시-서구, 2단계 사업 관심을”
인천강소연구개발특구사업단(INNOPOLIS) 이희관(사진) 단장은 서구 오류동 1179일대 77만㎡ 규모로 조성될 생산거점 검단2일반산업단지와 여태껏 키웠거나 키울 그린 프런티어 기업이 융합했을 때 인천은 환경산업 혁신 생태계의 메카로 부상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단장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인천시뿐만 아니라 해당 자치단체인 서구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INNOPOLIS는 비록 2년 차를 맞았지만 5년 차에 들어선 다른 강소특구와 맞먹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2년 차 성과를 갖고 인천강소특구((IIC)는 군산·전북도와 구미·경북도 강소특구에 이어 3위의 성적을 올렸다는 게 이 단장의 설명이다.
INNOPOLIS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인천시의 5년 치 총 지원 규모 230억 원 중 2022년 7월부터 1년 차 86억원, 2년 차 46억원을 지원받았다. INNOPOLIS는 이 같은 지원으로 신규창업 45건, 연구소 기업 30개 설립, 기술이전 96건, 투자연계 231억원의 실적을 쌓았다.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중소기업의 인력 양성과 기술 개발·이전, 그리고 사업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단장은 양방향 기술발굴 연계 사업을 소개했다. 중소기업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쉽지 않은 기술 수요를 분석해 기술 이전이나 출자를 연계해 연구소 기업을 설립한 뒤 사업화를 이루는 사업이다.
여기서는 비즈니스모델과 고도화, 기술가치평가, 수요기업 발굴, 기술마케팅도 함께 진행한다. 이 단장은 이노폴리스캠퍼스 사업도 주목하고 있다. 창업 아이템 검증과 시제품 제작, 공백기술 매칭, 투자유치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2027년부터 시작되는 2단계 사업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2단계부터는 국비와 시비가 50대 50대로 매칭된다. 올해를 예로 들자면 INNOPOLIS의 지원액은 총 46억 원이었다. 그중 9억원만 인천시가 댔다. 2단계에서는 인천시의 불균형 지원은 통하지 않는다. 과기부와 인천시의 지원비율은 50%씩이다.
“분구를 앞둔 서구의 관심도 필요합니다.” 이 단장은 이 대목에서 목소리를 높인다. 지금까지 논의된 분구 경계를 볼 때 강소특구는 아라뱃길을 축으로 2개 구로 각각 쪼개진다. 남쪽 환경연구단지(서구)과 북쪽 검단2산단(검단구)으로 나뉜다. 강소특구의 관할권도 둘로 나뉠 위기다.
“인천강소특구는 환경산업 혁신 생태계 메카입니다.” 이 단장은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박정환 선임기자 hi2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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