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블릭=김미희 기자]비상계엄 여파가 탄핵으로 번지기 전 국내 경제의 최대 화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였다. 이미 내년 1월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에서 한국을 겨냥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거나 ‘관세 폭탄’을 부과할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미 M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에 대해 방위비와 무역 불균형 문제를 지적하면서 러시아 위협에 대응한 안보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미국의 탈퇴를 시사하는 등 초강경 입장을 재확인 시켰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한국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서도 유럽 동맹국들을 바라보는 것과 유사한 인식을 여러 차례 내비친 바 있다.
다만, 대선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10월 15일 시카고 경제클럽 주최 대담에서는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고 부르면서 연 100억 달러(약 14조원)의 방위비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작금의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경기침체와 글로벌 불확실성에 더해 탄핵정국이라는 복합 위기에 맞닥뜨린 국내 재계가 내년 사업계획 점검 회의를 잇달아 열며 비상 대응 태세를 강화한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마무리한 국내 기업들은 내년 사업·투자계획과 자금 조달방안 등을 논의하는 회의를 잇달아 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순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국내외 임원급이 모여 사업 부문·지역별로 현안을 공유하고 내년 사업 목표와 영업 전략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과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각각 회의를 주재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최근 복합 위기 상황에 처한 삼성전자의 근원적 경쟁력 회복 방안을 논의하고 내년 사업 목표를 공유할 전망이다.
지난 5일 연말 인사를 마무리한 SK그룹도 연초부터 추진해온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구조조정)과 운영 개선에 한층 속도를 낸다.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다음 주 해외 권역본부장회의를 열어 글로벌을 비롯한 권역별 사업계획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상·하반기 한 차례씩 미주와 유럽, 인도 등 해외 권역 본부장들을 국내로 불러 회의를 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장재훈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핵심 경영진들이 모두 참여해 국내 상황은 물론 환율, 해외 정책 등이 그룹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롯데그룹은 내년 1월에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을 열고 새해 사업계획과 중장기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롯데그룹 유동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증폭된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는 주력 업종인 화학, 유통 등의 부진 타개와 지속 성장 방안을 숙의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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