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블릭=김미희 기자]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내 배터리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일환으로 우리나라 배터리 3사인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은 미국에 15개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건설한 데에는 미국의 보조금 정책과 맞닿아 있다.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는 보조금을 약속했으며 미국에 건설하는 15개 공장 중 절반은 지난 2022년 IRA가 발효된 이후에 나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까지 LG에너지솔루션은 약 1조원, SK온은 약 2천110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실제로 지난주 조 바이든 행정부가 삼성SDI와 스텔란티스 간 배터리 합작법인에 10조5천억원(75억4천만달러)의 대출을 지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신설될 정부효율부(DOGE)의 공동 수장인 비벡 라마스와미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정부효율부가 시설을 면밀히 조사할 것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이에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는 투자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전기차 수요 감소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일어날 일들을 우려해 현재 진행 중인 공장 일부에 대해 건설을 늦추거나 일시 중단했다고 전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9월 공시를 통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캐나다에 건설 중인 배터리 양극재 합작 공장의 완공 일정을 현지 여건으로 조정 중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트럼프 2기 행정부 전에도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상태에 있었다.
9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작년 동기 대비 3.5%포인트 하락한 20.2%를 기록했다.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2021년 1∼10월 31.7%에서 3년 만에 20.2%까지 내려앉았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CATL과 비야디(BYD)의 합산 점유율은 39.7%에서 53.6%로 상승하며 국내 기업의 점유율을 가져갔다.
이처럼 배터리 업계는 이미 전기차 캐즘에 이어 트럼프 2기 행정부 우려가 지속되면서 위가감이 커지는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9일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IRA 보조금 의존도를 줄이고 트럼프 2기 ‘대중국 견제’에서 기회 요인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대(對)중국 제품에 대한 60%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이 공약이 실행되면 BYD 등 중국산 전기차의 미국 진출은 원천 봉쇄될 전망이다. 반대로 미국에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춘 우리 배터리 기업은 반사이익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 매체 보도에 따르면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미국은 배터리 제조 기술 역량이 없어 그간 중국 공급망에 의존해 왔다”며 “우리 배터리 산업이 미국에는 없는 첨단 제조기술력을 보유한 만큼 한국이 미국의 약점을 해소하는 해법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점을 적극 부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기업이 미국에 대해 현지 투자를 진행해 온 만큼 트럼프가 강조해 온 ‘제조업 부흥’과 미국 우선 정책에 부합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