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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07특수임무단장 김현태 대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제707특수임무단은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 진입을 위해 투입됐다. ⓒ연합뉴스
▲ 제707특수임무단장 김현태 대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제707특수임무단은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 진입을 위해 투입됐다. ⓒ연합뉴스

이 글은 격문이 아니다. 의분을 높이려는 글이 아니다. 흥분하면, 하나에 골몰한다. 심박수를 높여 뽑아낸 에너지를 한 곳에만 투입한다. 맹수에 쫓기거나 사냥감을 추적하던 시절엔 그 능력이 긴요했다. 지금은 문명 시대다. 내란 수괴는 제풀에 격분하고 음모에 몰두했다. 기자는 그런 인간과 달라야 한다. 달려드는 것은 한 마리 맹수가 아니고, 잡아야 할 것은 토끼 한 마리가 아니다. 지금 기자는 모든 일을 일일이 추적해 종합해야 한다. 냉철해야 한다.

이 글을 현장 기자에게만 읽히려는 건 아니다. 보도·편집국장이 읽어주면 좋겠다. 지금은 뉴스룸 책임자의 시간이다. 내란 수괴를 비롯한 여러 리더는 시간과 사람을 어찌 투입할지 기민하게 궁리했다. 리더십의 진면목은 비상한 국면에 드러나기 마련이어서, 우리는 이번에 그들의 실력을 다 보았다. 반면교사가 많으니 다행이다. 이제 각 언론사 국장의 실력을 보여줄 차례다. 일의 우선순위, 투입 자원의 규모, 행동 지침 등을 빠르고 바르게 판단해야 한다.

낯선 일을 새롭게 하자는 게 아니다. 한국 언론은 출입처 관행에 익숙하다. 한 기관에 기자 서넛을 보내어, 각 담당을 세분하는 관행도 갖고 있다. 여기서 시작하자. 뉴스룸의 모든 자원을 ‘광역 출입 체제’에 투입하자. 150명 규모의 뉴스룸이라면, 간부 및 편집 기자를 30명으로 잡고, 120명의 기자를 취재에 투입할 수 있다. ‘대통령실 담당’으로만 최소 10명이 필요하다. 내란 수괴, 그 부인, 전직이 된 건지 아닌지 헷갈리는 비서관들, 그 아래 행정관들을 분담하여 (답이 없어도 하염없이) 전화 걸고 집에 찾아가려면 적어도 5명이 필요한데, 이를 24시간 보도 체제에 맞추려면 10명을 투입해야 한다.

몇몇 기관에만 집중하자는 게 아니다. ‘군 담당’에도 10명 정도 필요할 것이다. 국방부 기자실에 머물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 현직 장성은 물론, 전직 장관, 퇴임 장성, 기타 장교와 사병을 깡그리 취재해야 한다. 이렇게 광역으로 ‘맨투맨’할 기관을 대충 꼽아도, 검찰, 경찰, 행안부, 선관위, 대법원, 헌법재판소, 국회 등 10여 곳에 이른다. 정문을 막을 것인가, 유리창 깨고 진입할 것인가를 고민했던 계엄군 장군의 수준으로 보도·편집국장이 판단해야 한다. 거점을 고르고, 출입구를 파악하고, 몇 명을 보내어 무슨 일을 시킬지 계산해야 한다.

▲지난 7일 국회 본회의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 사진=김용욱 기자.
▲지난 7일 국회 본회의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 사진=김용욱 기자.

하던 일만 계속 하자는 건 아니다. 이 지경이 됐어도, 포털에 연예·가십 기사를 송고하는 레거시 미디어를 보면 기함할 것 같다. 바보인가. 내란 수괴 수준의 지능인 건가. 페이지뷰를 높이려는 천박한 목표를 위해서라도 자회사·방계회사의 ‘어뷰징’ 담당 기자까지 총력 취재에 투입해야 한다. 내란의 기원이 된 극우 유튜버들의 발언 또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 나도는 정보 등을 취재하는 ‘디지털 마와리’라도 시켜야 한다. 나라 걱정할 여유 없이 하루하루 사는 노점 상인조차 집회 현장에서 장사한다. 역사의식이 아니라 상술에 호소한다. 내란 취재에 모든 자원을 투입하라. 그래야 살 것이다.

국장의 역량에만 기대자는 건 아니다. 기자들은 제발 질문을 해야 한다. 말하는 대로 적지 말고, 꼬리에 꼬리를 달아 계속 물어야 한다. 미리 공부하고 고민해서, 당당하고 끈질기게 물어야 한다. 주장과 입장만 듣지 말고, 근거를 내놓으라고 요구해야 한다. 쪼개어 보도해서도 안 된다. 타사 보도까지 기꺼이 종합하여 보도해야 한다. 그래야 거짓 주장을 검증할 수 있다. 출처도 밝히자. 실명이 어려우면, 신상이라도 구체적으로 적자. 그런 기사라야 내란 판결의 근거가 된다.

이것으로 족한 건 아니다. 상황이 급하니, 익숙한 방식으로 대응해야겠지만, 이 방법의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출입처 관행의 유일한 정당성은 ‘권력 기관을 감시하는 역량’에 달려 있었다. 얼마 전의 그날 밤, 별처럼 많은 출입 기자들의 허술함과 취약함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주요 기관 출입 기자들은 계엄 모의를 포착하거나 제대로 경고하지 못했다. 게으르고 수동적인 취재로 켜켜이 쌓아 올린 출입처 관행은 군인에게 뉴스룸을 내맡기는 저널리즘의 자멸로 이어질 뻔했다.

물론 기자가 내란을 도왔던 건 아니다. 내란 세력의 망상이 상식을 넘는 수준이기도 했다. 그나마 발 빠르게 보도하여 시민의 각성을 이끌었다. 다만, 민주공화국은 여전히 위태롭다. 헐벗어 삭풍에 몹시 흔들리는 나무처럼, 전쟁으로 죽을지 경제 붕괴로 죽을지 걱정하는 우리의 마음처럼, 불안하고 슬프게 공화국이 울고 있다. 그러니 지금은 국장과 기자의 일을 제대로 하자. 보도·편집 국장은 내란 수괴보다 명민한가. 취재 기자는 계엄군보다 부지런한가. 이래선 안 되지 않는가. 이 정도로는 안 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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