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부분 퇴장한 가운데, 시각장애인 국회의원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묵묵히 본회의장으로 돌아와 표결에 참여했다. 그는 당론을 어기면서까지 찬성표를 던졌고, 이 결정에 대한 이유와 배경이 알려지면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 의원은 당시 당의 불참 방침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했다. 그는 “단순히 당론을 어기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국회의원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려는 마음이었다”는 말을 지난 8일 BBC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김 의원은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혼란 속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간과할 수 없었다”며 국회의원으로서 자신이 대리해야 할 국민의 의견을 우선시했음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지난 3일 대통령 비상계엄령 선포 당시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물리적 장벽으로 인해 실패했다고 밝혔다. 그는 “몸은 본회의장에 들어갈 수 없었지만, 마음으로는 이미 찬성 버튼을 백만 번 눌렀다”며 당시 심정을 전했다.
특히 그는 비상계엄 상황에서 장애인들이 겪는 불편함과 위험성을 지적했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수어 통역이나 자막조차 제공되지 않아, 이들이 계엄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만약 전시 상황이었다면, 장애인들이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표결 이후 당원들과 지지자들로부터 격한 반응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투표 이후 수많은 비난 문자와 음성 메시지를 받았고, ‘사퇴하라’는 요구도 이어졌다”며 감당하기 어려운 심적 부담을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이를 변명으로 삼지 않고, “국회의원으로서 책무를 다하기 위해 결정한 것”이라며 소신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그의 행동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지지도 적지 않았다. 일부 시민들은 그의 결정을 응원하며 후원금을 보내기도 했고, SNS를 통해 격려 메시지를 전했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 최초 시각장애인 여성 국회의원으로, 피아니스트 출신이다. 12세에 실명 판정을 받았지만, 맹학교를 거쳐 숙명여대 피아노과에 일반 전형으로 입학했으며, 이후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20년 정치에 입문한 그는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재선에 성공하며 장애인 정책과 보건복지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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