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백화점에는 명품을 구입하기 위한 사람들로 줄이 끊이지 않았다. 품절을 우려해 오픈런을 하거나 대리 구매를 맡기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현상을 찾아보기 어렵다.
명품 대신 ‘듀프’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듀프(Dupe)는 ‘복제품(Duplication)’의 약자로, 고가 브랜드와 디자인이나 기능이 비슷하지만 가격은 훨씬 저렴한 제품을 가리킨다. 명품을 그대로 베끼는 ‘위조품’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듀프 소비는 꼭 필요한 소비만 하는 ‘요노(YONO)’ 트렌드의 연장선으로도 볼 수 있다. 고물가로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과시 소비가 줄어들고,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소비를 하게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듀프 소비의 선두 주자로는 ‘다이소’를 꼽을 수 있다. 저렴한 가격에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다이소는 최근 화장품으로 입소문이 났다. 고가 브랜드와 유사한 기능에 5천원 이하의 가격대로 화장품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월 다이소 뷰티 부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60% 증가했다.
대표적으로 샤넬에서 6만원대에 판매하는 ‘립앤치크팜’와 비슷한 발색을 가진 ‘손앤박 아티스프레드 컬러밤’이 3000원에 판매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또 3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VT코스메틱의 ‘리들샷 부스팅 퍼스트 앰플’은 다이소에서 3000원에 판매되면서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이후 소비가 크게 줄었던 유니클로가 다시 인기를 끌게 된 이유도 ‘듀프’ 소비와 관련이 있다. 유니클로의 U라인은 명품 브랜드 ‘르메르’의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르메르와 협업해 비슷한 느낌의 상품을 선보였다. 해당 상품들은 일반적인 유니클로 옷보다 비싸지만, 명품과 비슷한 스타일을 자랑하며 새 컬렉션 발매 때마다 오픈런이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SPA 브랜드 자라 역시 마찬가지다. 자라는 향수 브랜드 조말론과 협업한 향수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화제가 됐다.
그렇지만 명품과 닮았거나,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무조건 지갑을 여는 것은 아니다.
평소 다이소 화장품을 즐겨찾는 직장인 A씨는 “꼼꼼히 따지고 비교해 화장품을 구매한다. 아무리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품질이 좋지 않으면 소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가격과 품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소비자들을 공략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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