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촉구하는 국회 앞 집회에 ‘중국 우유갑’이 포착돼 온라인에선 “조선족 등 중국인들이 집회에 동원됐다”는 유언비어가 확산했다. 그러나 이 우유갑은 국내 한 제로웨이스트(각종 제품과 포장 등을 재사용하는 상점) 업체 직원들이 만들었던 것이며 직원들은 모두 한국인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장면은 SBS 8시 뉴스 보도 중 등장했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본회의장을 떠난 뒤 서울 여의도 집회에 나온 시민들이 규탄하는 모습이 방송됐는데, 이 과정에서 우유갑을 바람막이로 한 촛불을 든 시민이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
그런데 이 우유갑에 쓰인 글자가 중국어라는 사실이 화근이 됐다.
보수 성향 유튜버와 누리꾼들은 해당 화면을 인용해 탄핵 집회에 중국인들이 조직적으로 동원됐다는 주장을 폈다.
보수 정치평론가인 서정욱 변호사는 8일 개인 유튜브에 “집회에서 중국어가 많이 들렸다고 한다. 중국 우유갑이 많이 들어온 것도 (이상하다)”며 “중국 정부가 조선족 등 중국인들에게 집회에 참석해 우파 정권 공격에 앞장서도록 지령을 내린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자신들과 척을 진 윤 대통령을 날리기 위해 중국 정부가 국내 내정에 개입한 거라는 추측이다.
한 엑스(구 트위터) 이용자는 “촛불 집회 우유갑, 중국인 동원 증거 나왔다”며 “이 탄핵 집회가 국민 여론이냐”라고 물었다. 다른 이용자도 “어떻게 외국인이 남의 나라에 와서 정치 행위를 하도록 내버려두느냐”며 “한국인이 중국에 가서 시진핑 탄핵을 외치면 어떻게 되겠냐”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는 사실무근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애당초 중국어 우유팩을 이용한 촛불은 서울의 한 재활용 상점 직원이 쓰레기 재활용으로 제작한 것이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알맹상점’을 운영하는 고금숙 대표(46)는 이날 알맹상점 웹사이트 등에 해명 글을 올려 “이 촛불은 저희가 우유갑을 재활용한 것이고, (화면 속 인물은) 저희 상점 매니저들이 맞다”고 밝혔다.
고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알맹상점은 종이 우유곽을 모아 재활용을 위해 휴지를 만드는 공장으로 보내는 일을 4년 이상 해왔고, 한 달에 500㎏ 이상의 양을 수거하고 있다”며 “방송 화면에 얼굴이 나온 분들은 저희 직원들과 알맹상점이 운영하는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이○○(38), 고○○(33), 엄○○(45)씨다. 이름과 나이도 당당하게 밝힐 수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논란이 된 우유갑은 휴가로 대만을 다녀온 알맹상점의 성 모(27) 매니저가 현지에서 마신 밀크티와 두유 종이곽을 재활용하기 위해 씻어 들고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초에 중국 제품도 아니었던 셈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중국어 외에 한국어와 일본어가 쓰인 우유갑을 재활용한 촛불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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