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이 사전에 치밀하게 모의됐다는 정황이 나왔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가 작성한 계엄 문건을 공개하며 이 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동문인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지시로 작성된 문건엔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시 대통령의 거부 권한 여부 등을 다룬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추 의원은 “윤 대통령의 내란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추 의원은 계엄 선포와 관련한 절차, 계엄사령부의 구성과 역할 등을 구체적으로 담은 ‘계엄사-합수본부 운영 참고자료’란 제목의 문건에 대해 “여인형 전 사령관이 직접 지시하고 그의 비서실에서 작성된 후 보고된 자료”라고 설명했다. 다만 군 기밀 보호를 위해 문서 내용을 재구성했다고 했다.
해당 문건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있을 경우 대통령이 이를 거부할 권한이 있는지에 대해 명시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헌법과 계엄법에 따르면 국회가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문건은 이를 다시 검토하면서 대통령의 권한 강화를 암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추 의원은 이를 두고 “국회 권한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계엄 시행 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도 문건에 담겨 있다. 문건은 “과거 군사정권 사례로 인해 국민들이 계엄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면서 “계엄은 국민의 의식 수준에 부합하도록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 행정 조직을 활용해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포함돼 있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계엄사령관의 임명 기준과 관련된 내용이다. 기존에는 합동참모본부(합참) 의장이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문건은 각 군 총장이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될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문건은 “계엄사령관은 장성급 장교 중에서 임명될 수 있으며, 법적 문제는 없으나 작전지휘권과 직제상 합참의장이 수행해야 한다는 의견과 각 군 총장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병존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이번 계엄 사태에서 김명수 합참의장 대신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했다.
1980년 발표된 계엄포고령 10호가 문건에 첨부돼 과거 군사정권과의 유사성을 보여준다. 해당 포고령에는 정치적 집회 금지, 언론 검열, 파업 금지 등 민주적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이번 내란 상황에서도 유사한 조치가 시행됐다. 추 의원은 이를 두고 “군사정권의 탄압 방식을 답습해 국민을 억압하고 정권을 유지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계엄사-합수본부 운영 참고자료에는 계엄 선포와 관련된 법적 절차와 국회, 행정기관의 역할도 상세히 정리돼 있다. 계엄 선포는 대통령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하고, 국방부 장관은 이를 건의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계엄 해제 요구 시 대통령은 반드시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돼 있지만 실제 시행 과정에서 이를 우회하려는 시도가 포착된 것이다.
추 의원은 “계엄 문건에는 계엄사령부가 행정·사법 기관을 지휘·감독하는 권한을 갖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영장 없이 체포 및 구금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 조치권도 명시돼 있다”며 “이런 권한 남용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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