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4대 그룹, 경험 리더 중심
삼성·LG 안정, 현대차 파격 인사
트럼프 리스크 대비 전략 강화
위기의 재계, 4대 그룹은 ‘안정’을 선택했다. 삼성전자, SK, LG는 익숙한 리더십을 유지하며 내실을 다지는 데 초점을 맞췄고, 현대차그룹은 파격적 행보로 차별화를 꾀했다.
글로벌 위기 속 4대 그룹의 선택
5일 SK그룹의 인사로 마무리된 4대 그룹 정기 인사는 모두 경험 많은 리더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 가능성 등 불확실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위기를 돌파할 카드로 전영현 부회장을 중심에 세웠다. 그는 메모리사업부를 직접 맡아 ‘HBM 경쟁력’ 강화를 책임지게 됐다.
디바이스경험(DX)부문의 한종희 부회장과 사업지원TF의 정현호 부회장도 자리를 지켰다. 모두 위기 상황에서 경험으로 성과를 만들어온 리더들이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의 핵심 참모진인 권봉석 LG 대표이사와 신학철 LG화학 대표를 유임하며 안정적 리더십을 이어갔다.
변화도 있었다. LG유플러스 CEO로 홍범식 사장이 발탁됐고, R&D 임원을 역대 최다인 218명까지 늘리며 AI와 미래 기술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SK그룹은 큰 변화 없이 기존 체제를 유지했다. 다만 SK디스커버리에서는 손현호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신선함을 더했다. 이는 이미 수시 인사를 통해 조직 개편을 마친 SK가 핵심 리더십을 강화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최초 외국인 CEO 파격 발탁
현대차그룹은 상대적으로 가장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장재훈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완성차 사업을 맡게 됐고, 글로벌 COO였던 호세 무뇨스는 현대차 최초의 외국인 CEO로 내정됐다.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과감한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인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특징은 ‘트럼프 리스크’ 대비였다. 삼성전자, SK, LG는 북미 시장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술통을 전진 배치했으며, 현대차도 외교·경제 전문가를 적극 영입했다.
한편, 임원 승진 규모는 크게 축소됐다. 삼성전자는 2017년 이후 가장 적은 수의 승진자를 배출했으며, SK와 LG도 지난해보다 승진 폭을 줄였다. 이는 조직 슬림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결국, 4대 그룹의 선택은 ‘경험’이었다. 믿을 수 있는 리더에게 위기를 맡기고, 필요한 변화는 신중하게 추진하는 이번 행보는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을 헤쳐 나가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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