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당시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 수뇌부가 부하들을 폭행하며 출동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위 ‘충암파’로 불리는 여인형 전 방첩사 사령관과 그의 수뇌부는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 세력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직후 방첩사 수뇌부가 군 병력을 동원하는 과정에서 부하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으며 출동을 강요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MBC가 8일 보도했다. 이에 국방부는 여 전 사령관뿐 아니라 가담한 방첩사 고위 장성 2명에 대해서도 직무를 정지시켰다.
계엄 선포일인 지난 3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방첩사 병력이 출동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자마자 이들은 선관위 서버실로 직행해 사전투표 관련 서버를 촬영하는 등 사전에 준비된 움직임을 보였다. 여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같은 서울 충암고를 나온 이른바 ‘충암파’다.
여 전 사령관은 계엄과 관련된 사전 준비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나도 텔레비전을 보고 알았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부승찬 민주당 의원실과 방첩사 내부 관계자들의 증언은 그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계엄 선포 여섯 시간 전부터 여 전 사령관의 측근들에게 병력 대기 지시가 내려졌다. 이로 인해 계엄 선포와 동시에 병력 출동이 가능했다.
계엄 사태 때 방첩사의 주요 임무는 선관위 장악과 주요 정치인의 체포였다. 병력 동원을 주도한 정성우 1처장은 병력을 소집하며 “보안을 유지하고 믿을 만한 인원으로 구성하라”라고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병력 중 다수가 정치인 체포 명령에 거부 의사를 밝히자 방첩사 수뇌부는 강압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특히 김대우 수사단장은 명령을 거부하는 부하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차에 강제로 태우는 등 폭행을 일삼았다고 MBC는 보도했다.
정 1처장과 김 수사단장은 여 전 사령관의 핵심 측근이다. 여 전 사령관 부임 후 방첩사에 합류한 인물들이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공군 출신 임삼묵 2처장은 해외 출장 중이었다. 이에 따라 계엄 실행에 방해가 될 것 같아 의도적으로 출장을 보냈다는 의혹도 나온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국방부는 여 전 사령관에 이어 정성우 1처장과 김대우 수사단장의 직무를 정지했다. 정 1처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불법적인 일은 전혀 없었고 사전 모의도 사실이 아니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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