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집단 퇴장으로 표결 성립이 무산되며 부결됐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 또한 재의결에서 최종 부결됨에 따라 여야 간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탄핵안을 재발의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탄핵정국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안철수, 김예지 의원만이 본회의장에 남아 탄핵안 표결에 참여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부당한 비상계엄의 뒤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투표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이 모습을 국민이, 세계가, 역사가 어떻게 볼 것이라고 생각하냐”면서 “역사의 평가가 두렵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투표를 거부하는 것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각자 자유의사에 따라서 투표하실 분들은 투표하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참여를 독려하며 표결을 종료하지 않았다. 이에 여당 김상욱 의원이 투표에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투표 참여인원 전체가 정족수에도 미치지 못해 결과적으로 이탈표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대통령 탄핵안은 재적 의원 3분의 2(300명 중 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국민의힘의 집단 퇴장으로 투표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통령 탄핵안은 표결 없이 부결됐다.
민주당은 탄핵안을 재추진할 계획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표결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 “국민의힘이 부결을 끌어낸다면 즉각 탄핵을 재추진할 것”이라며 “11일 임시국회를 열어 탄핵을 재추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건희 특검법 부결…‘탄핵정국’ 계속 이어질 듯
탄핵안 표결에 앞서 진행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의결에서는 재석 의원 300명 중 ‘찬성’ 198표, ‘반대’ 102표가 나왔으나 가결 요건인 재석 3분의 2에 2표가 부족해 부결됐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6표의 반란표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법안은 최종 폐기됐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재표결에는 참여하면서도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서는 퇴장을 선택하며 투표 성립을 차단했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뒤 국회로 돌아온 법안으로, 이번이 세 번째 부결이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를 열어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과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 모두 부결을 당론으로 정한 바 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법 표결에서는 여당 내에서 최대 6표의 이탈표가 나왔다. 민주당과 야권이 총 192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찬성표는 198표를 기록했다. 앞선 두 차례의 표결에서도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의 이탈표가 발생한 바 있어 당내 균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최종 폐기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부결은 여야 간 대치 상황을 더욱 격화시키고 있다. 야권의 재발의 의지가 분명한 만큼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또 한 차례의 정치적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퇴장하는 與 의원 두고 “부역자”…국회 한때 아수라장
이날 본회의는 표결 전부터 여야 간 고성과 충돌이 이어지며 긴장감이 감돌았다. 법무부 박성재 장관이 재의요구 사유를 설명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자 야당 의원들이 “내란의 공범”, “내란범”, “체포하라”,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건희 특검법 표결 직후 본회의장을 떠나며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야당 의원들은 “역사가 기억할 것”, “간절히 부탁드리겠습니다”, “나가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일부 민주당 보좌진들은 “부역자”라고 외치며 항의하기도 했다. 이들은 본회의장 인근 로텐더홀에서 “투표하라”, “부끄럽지 않냐”, “부역자”, “들어가” 등의 구호를 반복적으로 외쳤으며,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퇴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 간 고성이 오가며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7일 국회 로텐더 홀은 본회의를 퇴장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더불어민주당 당직자 등이 “투표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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