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서울 여의도에 모인 수십만 국민들의 열망에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시민들은 본회의장을 떠난 여당인 국민의힘에 실망감을 보이면서도 침착하게 국회 앞을 지키는 모습이다.
7일 오후 7시 현재.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은 다시 국민의힘이 돌아와 탄핵 표결에 참여하길 기다리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은 국회를 에워싼 채, “윤석열을 탄핵하라”는 등 구호를 외치며 12월 추위를 이겨내고 있다.
이날 국회 앞은 오후 5시 표결 전부터 수십만에 달하는 인파가 모여 탄핵안 통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차분히 경찰과 범국민촛불대행진 주최측 안전요원의 안내에 따라 대열에 자리했다.
국회 앞 대로는 모든 방향이 탄핵을 바라는 시민들로 가득찼다. 가족들과 함께 온 주신화씨(경기 파주, 51)는 “3일 밤에서 4일 새벽까지 국회에 계엄군이 들어닥치는 걸 보고 유혈사태가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계엄이 현실이라는 게 느껴지자 윤 대통령이 제정신이 아니구나, 이럴 수는 없다는 위기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주씨는 “자신의 기본에 따라 감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라며 “계엄은 병정놀이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자녀들이 국회 앞에 오자고 해서 가족이 다 같이 오게 됐다”라며 “오늘 꼭 탄핵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아들과 함께 국회 앞을 찾은 민영기씨(경기 성남, 53)는 “윤 대통령의 계엄령 포고를 생방송으로 봤다. 처음에는 저 사람이 미친 건가 싶었다”라며 “국회가 봉쇄되는 걸 보니 계엄이 실감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가 발표한 포고령은 1항부터 위법적이다. 정치를 잘 모르지만 민주화가 되면서 국회 해산권은 사라진 것으로 안다”라며 “검사를 했다는 대통령이 법을 알고 하는건가 의문이 들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민씨는 “계엄군이 선거관리위원회를 갔다고 하니 또 다른 목적이 있는게 아닌가 한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탄핵 가결을 희망하는데 뉴스를 보니 힘들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라며 “그래도 국민의힘에 양심이 있는 의원이 8명 이상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바랐다.
오후 5시경 시작된 국회 본회의 표결은 국회 앞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중계됐다. 시민들은 구호와 노래를 부르며 결과를 주시했다.
곧 김건희 특검법이 부결되자 시민들 사이에는 당혹감과 불안감이 감돌았다. 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비우자 몇몇 시민들은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시민들은 국민의힘 의원 이름이 호명될때마다 “돌아오라”고 외치며 본회의장 복귀를 기다렸다. 바람과 다르게 이날 탄핵이 어렵게 됐음에도 시민들은 침착함을 잃지 않고 있다. 이내 국회를 에워싸고 표결에 불참한 의원들이 마음을 되돌리길 기다리고 있다.
이날 촛불대행진은 촛불을 든 시민들 못지않게 각종 응원봉을 든 젊은 여성들이 많았다. 친구들과 함께 삼삼오오 국회 앞을 찾은 이들은 탄핵 부결이 유력한 상황에서도 “결국 탄핵될 것”이라고 희망을 놓지 않았다.
서로 다른 응원봉을 든 김지효씨(경기 용인, 30대)와 곽선희씨(경기 고양, 30대)는 다른 또래 친구들과 함께 국회 앞을 찾았다. 김씨는 “국민의힘이 수많은 사람들 그만 고생시키고 국민 앞에 무릎 꿇고 반성하길 바란다”라며 “오늘 안되더라도 결국 탄핵될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곽씨는 “계엄령이 선포된 날에 광화문 근처에 있었다. 밖에 나와 있는 게 안전한지 확신할 수 없었다”라며 “왜 계엄령이 선포됐는지 이유도 몰랐다. 무섭고 불안했다”고 자신이 겪은 경험을 전했다. 그는 “오늘 탄핵이 안 된다면 앞으로도 촛불집회에 나올 것이다. 윤 대통령이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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