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에게 총을 겨눈 것은 큰 잘못이지 않나?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내려왔으면, 그리고 감옥에 갔으면 한다. 그런 마음으로 부모님 몰래 왔다.”
내년도 대입 수능시험을 본 18세 이아무개씨와 채아무개씨, 채아무개씨는 이번이 첫 집회 참여라고 했다. 이들은 “저와 친구들 부모님 모두 인파가 많을 거라며 오는 데 반대하셔서, 말을 하지 않고 왔다”며 “친구들과 소품샵에 가기로 한 약속, 가족 모임도 취소하고 왔다”고 했다.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은 퇴진 촉구 집회가 예정된 3시 전부터 시민들로 가득 찼다. 특히 집회에 처음 참여한다는 10~20대 청년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국민을 향해 총칼을 겨눴다는 점이 가장 큰 잘못이라고 입모았다. 탄핵 반대 당론을 정한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경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애 첫 집회 참여라고 밝힌 유아무개(18)씨는 “오늘 아침 학원에 있는 동안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했다고 들었다. 2분도 안 되게, 짧게 했다는 것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고 집회 참여를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유씨는 “오늘 탄핵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 문제가 있을 거다. 전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에 대해, 같은 국민으로서 이러면 안 되니 않나?”고 되물었다.
인천 부평구에서 왔다는 차지아(21)씨도 생애 첫 집회 참석을 위해 국회를 찾았다고 했다. 차씨는 “국민들에게 총칼을 겨눈 윤석열 대통령이 하루빨리 탄핵돼야 한다는 생각에 왔다. 그리고 탄핵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당 자체가 해체되면서 새로운 당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할머니 생신 약속도 취소하고 왔다. 부모님도 이해해주고 몸조심하라고 말씀해주셨다”고 했다.
창원대학교 학생이라고 밝힌 이주화(28)씨는 “창원에서 집회에 참여하려고 아침 7시30분차를 타고 왔다. 오고 싶은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모아 함께 왔다”며 “일단 하루빨리 끌어내리자는 생각으로 참가하게 됐다. 지금 안 되더라도, 국민들은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탄핵 반대 가능성을 내비치는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 성남시 주민인 강아무개(20)씨는 “모두가 윤석열 정권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데, (국민의힘은) ‘탄핵 트라우마’를 어떻게 말할 수 있나. 계엄이야말로 전국의 부모님과 조부모님 세대에 걸쳐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그 말은 상식 밖 만행”이라고 했다.
서울 관악구 주민인 임청한(22) 씨는 다른 아이돌그룹 팬들과 응원봉을 들고 국회의사당 앞을 찾았다. “솔직하게 욕이라도 한사발 하고 싶지만, 그냥 빨리 윤석열 대통령이 자리에서 내려오길 바란다”며 “계엄 사태로 취소된 콘서트나 팬미팅도 많다. 그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팬들과 함께 왔다”고 했다. 조아무개(25)씨는 “박근혜 탄핵 당시 어떤 국회의원이 ‘촛불은 바람불면 꺼진다’고 말했다. 그래서 꺼지지 않는 불인 응원봉을 들고 나온게 시작이 됐고, 오늘도 들고 나왔다”고 했다.
충남 아산에서 국회를 찾은 애니메이션 제작 프리랜서 우설아(28)씨와 양승호(33)씨는 “그냥 가라 좀! 윤석열을 탄핵하라” “국힘♡석열, 지옥까지 영원히 함께 해”라고 적은 피켓을 직접 만들어왔다. 우씨는 “살면서 한 번도 계엄을 겪으리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걸 뉴스 생중계로 보는 것은 큰 충격이었다”며 “박근혜 탄핵 요구 집회 이후 처음 집회에 참석한다”고 했다.
양씨는 “프리랜서로 일하는데, 고객들에게 집회에 가야 한다고 양해를 구하고 왔다. 내란죄를 지은 대통령에 대해 탄핵이 부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동조한 관계자들은 물론, 탄핵을 저지하려는 사람들도 공범이다”라고 했다. 이날 집회엔 주최측 추산 100만 명(경찰 추산 10만 명)이 참가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