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교두보이자 풍부한 천연자원의 보고(寶庫).”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수교 32년 만에 양국이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배경에는 키르기스스탄이 보유한 막대한 경제적, 지정학적 잠재력이 자리 잡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오늘 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앞으로 경제, 환경, 에너지, 공급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호혜적이고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중앙아시아 산악국가인 키르기스스탄은 면적이 한반도보다 약간 작은 약 20만 제곱킬로미터로, 인구는 약 700만 명이다. 티엔산 산맥이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나라는 풍부한 수력 발전 자원과 금광 산업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안티모니 등 광물 자원이 풍부해 한국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무역 투자 촉진 프레임워크(TIPF) 양해각서를 비롯해 에너지 분야 및 핵심 광물 협력 MOU,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기본 약정 등 총 10건의 협력 문서를 체결했다. 또한 정상회담과는 별도로 양국 기관 간에 7건의 추가 MOU 체결도 예정되어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발표한 ‘한-중앙아시아 K-실크로드 협력 구상’을 언급하며 키르기스스탄과의 관계 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실제로 양국 간 교류는 꾸준히 확대되어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양국 수도를 잇는 직항편이 취항하기도 했다.
자파로프 대통령도 한국과의 협력 강화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번 방문을 통해 한국과의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협력을 심화하기 위한 의견을 기꺼이 교환하겠다”고 화답했다.
키르기스스탄은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여러 차례 정치적 혼란을 겪었으나, 2021년부터는 정치적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인구의 75%가 이슬람교를 믿는 다민족 국가로, 전통적인 유목 문화가 현대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GDP는 약 139억 달러로, 1인당 GDP는 1,970달러 수준이다.
이날 정상회담에는 한국 측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배석했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바키트 토로바예프 내각부실장 겸 수자원농업가공부 장관, 제엔베크 쿨루바예프 외교부 장관 등 주요 각료들이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한국의 중앙아시아 진출 강화와 핵심 광물 자원 확보, 키르기스스탄의 경제 발전이라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키르기스스탄이 지닌 지정학적 가치가 더욱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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