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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탄핵소추안 통과 후 소비심리 회복까지 4개월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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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후폭풍에 거대 야당은 탄핵안을 발의했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대통령의 직무집행정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유통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세 불안에 당분간 소비심리가 급속도로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이에 따른 악영향이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견디기’와 ‘타격 최소화’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내란범 윤석열 즉각 탄핵! 민심거역 국민의힘 규탄!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1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내란범 윤석열 즉각 탄핵! 민심거역 국민의힘 규탄!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1

◇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경기 어렵다”

정치권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통업체들은 8년 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탄핵 정국 당시의 매출 동향을 다시 분석하고 있다. 지난 3일 밤 갑자기 내려진 비상계엄령이 6시간 만에 해제되고 윤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갈 가능성이 커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당장은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부터 백화점, 식품사까지 유통업종에서 반사이익을 보는 쪽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사업 타격을 지금 당장 숫자로 말할 수는 없지만, 이번 여파가 최소한 내년 1분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 4일엔 그저 황당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자는 정도로만 회의가 끝났다가 5일부터는 시나리오 분석 수준의 보고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정치적 불안정성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되고 정상 궤도에 오르려면 내년 2분기는 돼야 한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탄핵이건 아니건 불안정한 상황이 끝나야 큰 피해가 없다”면서 “국제 이슈로 번진 만큼 이해관계가 있는 해외 관계자들을 안심시키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 8년 전 소비자심리지수, 탄핵 소추안 통과 후 개선세로 전환

기업들이 내년 2분기에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는 이유는 여론이 안정되기까지 최소한 서너 달이 필요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 동향도 비슷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박 대통령의 탄핵 정국 때 급속도로 떨어지다가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나서야 바닥을 치고 좋아졌다. 탄핵이 되든 안 되든 정치적 불안정성이 해소돼야 소비심리가 살아난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의 탄핵 추동력은 2016년 10월 말에 시작됐다. 이전까지도 정쟁이 치열했지만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린 최순실씨의 태블릿PC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시발점이 됐다. 이때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는 102였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기준점 100보다 높으면 낙관론이, 낮으면 비관론이 우세한 것으로 본다.

상황은 11월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국정농단 의혹이 확산하고 박 대통령의 탄핵 목소리가 거세지자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5.7로 떨어졌다. 정쟁이 계속되면서 소비자심리지수는 더 얼어붙었다. 바닥을 찍고 방향을 바꾼 건 12월 9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서부터였다. 1월 소비자심리지수(93.3)가 바닥을 찍고 2월부터 조금씩 나아졌다. 2016년 10월 수준에 다시 근접하기까지는 바닥을 찍고 넉 달이 걸렸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뉴스1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뉴스1

◇ “원래도 내년 상반기 바닥 전망했었는데…”

문제는 비상계엄령에 따른 국정 혼란이 없을 때도 기업들이 내년 상반기 경제 상황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대비책을 마련해 왔다는 점이다. 선제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비핵심 자산 매각에 나섰던 것은 내년 상반기 혹한기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버티기 강도가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환율 수준이다. 유통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1450원대 수준에 무게를 두고 내년 사업계획을 짜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벌어진 국정혼란에 따라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수준이 더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원화 가치가 낮아진다는 뜻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치적 불안정성이 커지면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데 식료품 원재료를 상당 부분 수입하고 있어 부담이 크다”고 했다.

국내 자산을 해외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려는 사업 부분도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외 매수자들이 투자 의향을 접거나 미루는 양상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정치적 불안정성을 협상의 영역에 끌어들여 매수 가격을 낮추려 들 수 있다는 뜻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비상 계엄령은 6시간 만에 끝났지만 이에 따른 혼란이 이어지면서 경제·산업 부문에 멍울이 점점 커지는 양상”이라면서 “복잡한 정치 계산법이 있겠지만 온 국민이 정치에 매몰되는 분위기가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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