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심야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2차 계엄 선포’ 가능성이 새어 나온다. 군은 2차 계엄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다수의 제보가 있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2차 계엄’ 가능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 참석 전 기자들을 만나 “제가 가진 감으로 본다면 오늘 밤이 저는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이 든다”며 “또 뭔가 일을 벌이지 않을까 그런 걱정이 들긴 한다”고 했다. 근거를 묻는 질문에는 “그분이 하는 행동에는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지난 3일 6시간 만에 끝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 이후 정치권 안팎에선 ‘2차 계엄’ 선포에 대한 우려가 심심찮게 새어 나왔다. 지난 4일 새벽,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를 선포한 이후 이와 관련한 여러 증언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추가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정치권 안팎에선 ‘2차 계엄’을 준비하는 듯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 후 기자들을 만나 ‘신빙성 있는 제보’라며 의원총회에서 공유된 사안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공유된 내용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계엄 선포 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을 찾았고 그 자리에서 국회의원 체포가 안 된 이유를 따져 물으며 “계엄이 해제돼도 내가 또 하면 된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 ‘2차 계엄’ 없다지만 ‘불안감’ 여전
군인권센터도 ‘2차 계엄’ 가능성을 제기했다. 군인권센터는 복수의 육군부대가 상급부대 지침에 따라 오는 8일까지 비상소집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중대장 이상 지휘관의 휴가를 통제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복수의 부대는 영내 간부들의 외출을 통제하는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고도 했다. 비상계엄이 해제됐음에도 여전히 비상 상황을 유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미심쩍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군은 이러한 ‘2차 계엄’ 가능성에 적극 선을 긋고 있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국방장관 직무대행)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2차 계엄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만약 계엄 발령에 관한 요구가 있더라도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이를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당시 작전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도 이날 특전사령부에서 김병주·박선원 민주당 의원을 만나 “분명하게 말씀드리는데 그런 상황은 없을 것”이라며 “지시가 하달돼도 사령관이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민주당은 소속 의원들 전원을 경내에 대기토록 하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내일 열릴 것으로 관측되는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우발적 상황에 즉각 대응하겠다는 심산이다. 노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가장 심각한 상황까지 대비하고 있다”며 “단전, 단수, 병력 투입, 사복 체포조 등에 의한 본청 주변 작전 개시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비 중”이라고 했다.
국회도 국회 차원의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국회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지시에 따라 국회 잔디광장과 운동장 등에 대형버스 및 승합차 등을 배치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후 공수부대가 헬기를 통해 국회에 진입했던 만큼, 이를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우 의장은 이날 긴급 담화문을 통해 “제2의 비상계엄은 있을 수 없다”며 “만에 하나 또 한 번 계엄 선포라는 대통령의 오판이 있다면 국회의장과 국회의원들은 모든 것을 걸고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