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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표결 일정을 7일로 못 박고 배수진을 치면서 이를 막아야 하는 여당과의 정면 충돌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세우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내란 동조”라며 여당을 압박했다.
여당 내 이탈표가 탄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윤 대통령 탄핵과 같은 날 동시에 추진하기로 하면서 여야의 수싸움도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헌법상 대통령 탄핵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우원식 국회의장을 포함한 범야권 의원 192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진다는 전제 속에 여당에서도 8명 이상의 찬성이 나와야 가능하다. 여당의 ‘부결 단일대오’ 전략에 맞서 민주당은 이탈표 극대화 전략에 나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대표로서 이번 탄핵은 준비 없는 혼란으로 인한 국민과 지지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대표가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새벽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결정한 ‘탄핵 반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한 대표는 “대통령의 위헌적인 계엄을 옹호하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발전해야 하고 국민의 삶은 나아져야 한다. 그러면서도 범죄 혐의를 피하기 위해 정권을 잡으려는 세력은 또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엄의 위헌성과는 별개로 이재명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에 정권을 내줄 수는 없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아울러 “당 대표로서 대통령의 탈당을 다시 한 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비상계엄 사태의 위헌·위법성을 부각하면서 여당의 탄핵 동참을 거듭 요청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긴급 최고위에서 “국민의힘은 왕을 꿈꾸는, 전제군주가 되고자 하는 윤 대통령의 시도에 저항해야 한다”며 “내란죄라는 엄중한 중대범죄의 공범이나 비호세력이 돼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자신의 ‘카운터 파트’인 한 대표를 향해서도 “국민의힘이 내란 범죄 집단의 한편이 되고자 하더라도 그렇게 되지 않게 만드는 것이 당 대표로서의 책임”이라며 “대다수가 그 흐름을 따라가는 불행이 시정될 수 없다면 본인을 포함한 일부라도 국민과 역사에 따라야 되지 않겠느냐”고 당부했다.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 당시 찬성표를 던졌던 친한(친한동훈)계 18명의 도움을 요청한 셈이다.
여당 내 이탈표를 최대한 이끌어내야 하는 민주당은 7일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과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당초 윤 대통령 탄핵안은 6일,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은 10일에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여당의 본회의 표결 집단 불참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두 가지 일정을 같이 진행하는 방법을 택했다. 재표결 법안은 재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되는 만큼 여당이 단체로 본회의에 불참하면 김 여사 특검법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 처리를 보이콧할 가능성 있다”며 “안 들어오겠다는 여당을 억지로 끌고 올 수 없어 그 시점에 김 여사 특검법도 재의결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탄핵 표결 시간표에서 하루가량 여유가 생긴 민주당은 여당 설득에도 최대한 나설 계획이다. 이날 발표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론이 70%를 넘긴 상황에서 6일 나오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한 자릿수대까지 추락한다면 더는 탄핵을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포석도 깔려 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국민들도 탄핵안 판단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도 한동훈 대표처럼 위헌·위법적인 내란 혹은 쿠데타·반란 기도에 대한 충분한 숙고의 시간을 주려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탄핵안 표결은 불참하고 특검법 재표결에만 참여하거나 의원 명패와 투표용지를 받은 뒤 기표소에 들어가지 않고 명패와 빈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바로 넣는 ‘집단 기권’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윤 대통령 비상계엄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집단적인 투표 거부 방식이 내부 반발과 여론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여당 내 ‘소장파’ 초·재선 의원 5명(김예지·김상욱·우재준·김재섭·김소희)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은 이번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에게 권위와 신뢰를 모두 잃었다”며 윤 대통령의 사과와 임기 단축 개헌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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