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과 ‘김건희 특검법’ 국회 재표결을 오는 7일 동시에 진행한다. 이는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고 표결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을 통해 국회 본회의에 참여시키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민주당은 표결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만큼, 국민의힘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내란 동조 세력이 되지 말라”며 탄핵에 찬성해 줄 것을 촉구했다.
◇ 여야, 치열한 수싸움
5일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열린 비상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의결은 12월 7일 저녁 7시를 전후해서 진행한다”고 밝혔고,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도 7일 (윤 대통령 탄핵안과)같이 추진한다”고 전했다.
이는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 불참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을 통해 국민의힘 의원들을 국회 본회의에 참석시키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대통령 탄핵 가결 요건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다. 야당 의원이 192명인 점을 감안하면 국민의힘에서 최소 8표의 찬성표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상황에서, 표결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도 같은 날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민주당은 오는 10일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을 시행하기로 했는데, 일정을 변경한 것은 국민의힘이 본회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계산이 깔린 것이다.
법안 재표결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다. 만약 국민의힘 의원이 본회의에서 표결에 참여하지 않으면 김건희 특검법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노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에서 탄핵안 처리 때 보이콧할 가능성이 있다. 들어오게 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며 “(그래서)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도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검법 재의결은 재석 의원 3분의 2, 대통령 탄핵안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필요하다”며 “대통령 탄핵을 막으려는 입장에선 (본회의장에) 안 오는 게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김건희 특검은 안 오면 통과된다”고 했다.
이처럼 윤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수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한 압박도 병행하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비상 최고위에서 “내란의 우두머리를 지키기 위해 내란의 공범을 자처한다면, 역사와 국민의 심판을 결코 피하지 못할 것”이라며 “나라를 팔아먹는 을사오적이 될 것인지, 나라를 구하는 독립군이 될 것인지 선택하라”고 했다.
김병주 최고위원도 “또 언제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지 모른다”며 “더 늦기 전에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힘 의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요청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국민의 뜻을 보고 자기가 판단해야 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양심과 상식 판단의 시간”이라고 압박했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경우 한 대표를 향해 “내란 동조 세력이 되지 말라”고 했다.
이 대표는 “(한 대표는) 대범하게 본인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임을 다하라”며 “내란죄라는 엄중한 중대 범죄의 공범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 ‘탄핵중단’ vs ‘쪽팔린다’… 난장판 된 국회 로텐더홀
이러한 가운데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여야의 관계는 더욱 악화하는 모습이다. 그간 여야는 상대 당의 집회 및 규탄대회 등의 행사에 대해 관여하지 않았지만, 이날엔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국민의힘 규탄대회에 접근해 강하게 항의를 한 것이다.
상황은 오전 11시 15분경 벌어졌다. 국민의힘이 국회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야당의 최재해 감사원장·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안 처리를 규탄하는 대회를 열고 있었다. 충돌 상황은 민주당 의원총회가 끝난 후 당 의원들이 탄핵안 표결을 위해 본회의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시작됐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규탄대회를 보자 ‘국민의힘이야?’, ‘미친 거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후 민주당의 김동아·김원이·박지혜·이언주·이재정·전용기·허영 의원과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 등이 규탄대회 장소로 접근해 강하게 항의했다.
야당 의원들이 몰려있는 곳에선 ‘내란 정당 해체하라’, ‘윤석열을 체포하라’, ‘쪽팔린다’ 등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야유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야당 의원들을 향해 ‘탄핵 중단’, ‘헌법 수호’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에 야당 쪽에선 “무슨 헌법 수호냐. 헌법 파괴 정당”이라고 맞받았고, 규탄대회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이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우리 행사”라며 야당 의원들에게 본회의장에 들어가 줄 것을 요청했지만, 상황은 정리되지 않았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박 의원에게 “박 의원님 진짜 그러실 건가. 비상계엄에 찬성하는가”라고 따졌다.
야당은 계엄군이 국회 본청에 진입한 것에 분개했다. 한 야당 의원은 “국회가 군화에 짓밟혔다”며 울분을 토했다. 야당 의원들의 항의는 규탄대회가 끝난 후에도 계속됐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이게 무슨 편파적 이익 문제인가”라며 “국민이 군화에 짓밟힐 수도 있었다. 최소한 정치를 그렇게 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원총회장에 들어가면서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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