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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촉발한 계엄령 사태가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일이 한미일 동맹 약화 및 한반도 정세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분명히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을 설득해 한미 동맹 기조를 유지하기도 벅찬 상황에서 탄핵 정국으로 외교 공백까지 빚어지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이 부쩍 강화되는 등 국제 정세는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의 동맹 기조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번 한국의 계엄령 사태 및 그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향후 한미일 동맹 유지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과 한국의 정치적 혼란을 틈타 북한이나 러시아 등이 도발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NYT는 4일(현지 시간) 윤 대통령이 지난해 미 국빈 방문 당시 백악관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열창해 미 정가의 환심을 샀던 점을 언급하며 이번 계엄령 사태를 계기로 그런 훈훈한 분위기는 사라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일 당국자들은 그들이 포용한 한국의 리더가 왜 그런 권위주의적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하기 힘들어하고 있다”면서 “윤 대통령이 촉발한 국내 정치적 혼란은 중국과 북한에 맞서기 위해 관계를 강화해온 인도태평양의 3국 동맹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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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싱크탱크 내 한반도 전문가들 역시 이번 사태가 미국의 정권 교체기, 그것도 트럼프의 복귀가 예고된 상황에서 벌어진 것은 대형 악재라고 꼬집었다.
앨런 김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일본의 리더십 변화와 트럼프의 재선으로 윤 대통령은 캠프데이비드 정신을 지킬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서 있었다”면서 “그러나 윤 대통령 스스로 그의 자리를 위태롭게 함으로써 한미일 3자 협력의 미래에 불확실성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이 탄핵되고 권한대행 체제가 될 경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기까지 한국과 진지하게 교류할 나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한미일 협력의 약점은 미국의 정책 변화였다고 언급하며 “윤 대통령이 자초한 상처와 현재 약해진 일본 지도부가 합쳐져 미국은 중국에 맞서 싸우는 데 있어 두 명의 약한 주자를 남겨두게 됐다”고 진단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은 “이미 겪어본 바로 트럼프에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도자 사이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데 한국 입장에서 그게 멈춰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뼈아프다”고 평가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국정이 마비되면서 이미 우리 외교·안보 당국은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앞서 한미가 4~5일 미 워싱턴에서 개최하기로 한 제4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제1차 NCG도상연습(TTX)이 연기됐으며 내년 초 방한을 조율 중이던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방한도 사실상 물거품이 되는 분위기다. 이 와중에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이 본격화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은 ‘시계 제로’ 상태에 빠지고 있다. 북러가 6월 맺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이 4일 발효되면서 양국 간 협력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국정 공백 속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당국이 러북 밀착에 따른 상황 변화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합융합연구원장은 “그동안 정부가 공들였던 우크라이나 지원은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 됐다”며 “국내 혼란을 수습하는 와중에도 정보 당국은 북한과 러시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예의주시하고, 국방 안보 차원에서는 한 치의 빈틈 없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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