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출수수료를 둘러싼 홈쇼핑사와 유료방송사업자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결국 ‘블랙아웃’이 현실화됐다.
CJ온스타일은 5일부터 송출 수수료 갈등을 빚어온 케이블TV 사업자 3사에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TV홈쇼핑 메이저 4사(CJ온스타일·GS샵·롯데홈쇼핑·현대홈쇼핑) 중 송출수수료 문제로 방송 송출 중단으로까지 치달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송출수수료란 TV홈쇼핑사가 케이블TV를 비롯해 위성, 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채널을 배정받는 대가로 지급하는 일종의 자릿세로, 매년 수수료율이 오르며 갈등을 반복하고 있다. 작년 기준 TV홈쇼핑의 방송 매출액에서 송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71%까지 치솟았다.
◇ CJ vs. 케이블TV3사, 서로 가이드라인 위반했다 주장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CJ온스타일은 이날 자정 부로 딜라이브와 아름방송, CCS충북방송에서의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연초부터 이어온 송출 수수료 협상이 결렬된 데 따른 것이다.
CJ온스타일 측은 “케이블TV사의 최근 5년 평균 취급고와 가입자 수가 감소하는 가운데 해당 3개 사의 감소 폭이 특히 컸다”며 “이에 방송법과 ‘홈쇼핑 방송 채널 사용 계약 가이드라인’에 따른 합당한 수수료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고 방송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케이블TV 업계는 CJ온스타일이 기존 계약 방식과 가이드라인을 무시한 채 60% 이상의 수수료 인하를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는 입장이다. 한국케이블TV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유료방송사업자의 영업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뿐 아니라 유료 방송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국민의 기본 시청권마저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CJ온스타일 측은 가이드라인 위반은 오히려 3사가 했다고 맞섰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지난해 개정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송출수수료 산정 시 비주거용 법인 이용자 수는 제외된 만큼, 이에 해당하는 송출수수료를 제외하거나 재산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합리적 근거 없이 이를 거부해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고 말했다.
이어 “송출 중단하는 3개사는 디지털 연계가 어려워 시청 환경 개선이 쉽지 않은 고화질 단방향 방식의 상품(8VSB) 가입자 비중이 높다”며 “8VSB 가입자 대부분은 비주거용 법인 이용자로,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워 3개사에 실제 사용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으나 받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3사가) 합리적이고 성실한 협상을 통해 방송이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홈쇼핑과 유료방송사업자간 계약 공정성을 따지는 대가검증협의체를 통해 이번 갈등을 봉합한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딜라이브의 중재 요청에 따라 지난 2일 대가검증 협의체를 구성했다.
대가검증협의체는 TV홈쇼핑사와 유료방송사업자간 협상이 지연될 경우 계약 공정성을 따져 양측을 중재하는 협의체다. 협의체가 구성되면 최장 90일 안에 결론을 내야 하고, 그 안에 합의가 되면 협의체 운영은 자동 종료된다.
다른 홈쇼핑사도 유료방송사업자와 송출수수료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딜라이브와, 현대홈쇼핑은 IPTV 사인 LG유플러스와 각각 송출 수수료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대가검증협의체 구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GS샵도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매년 반복되는 송출수수료 문제, 해법은?
송출수수료란 TV홈쇼핑을 비롯한 채널 사용자가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채널 이용료를 의미한다.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좋은 지상파 채널에 근접할수록 더 많은 금액이 책정된다.
2014년 1조372억원 수준이던 TV홈쇼핑의 송출수수료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1조9375억원까지 커졌다. 같은 기간 방송 매출액에서 송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60%에서 지난해 71%까지 치솟았다. 방송에서 상품을 팔아 1만원을 벌면 7100원이 수료로 나가는 셈이다.
문제는 TV 시청자 감소로 홈쇼핑 이익도 감소한다는 거다. TV홈쇼핑협회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TV홈쇼핑 업체 7개 사의 총매출액은 5조5577억원으로 전년(5조8721억원)보다 5.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270억원으로 전년(5026억원) 대비 35%가량 줄었다. TV홈쇼핑 7개 사의 영업이익이 5000억원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홈쇼핑 업계는 이익 감소의 주요 원인 중 하나를 송출수수료로 보고, 이를 낮추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 그러나 유료방송사업자도 TV 시청 인구 감소라는 같은 위기를 겪고 있어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TV홈쇼핑 관계자는 “송출수수료를 낮추기 위해 유료방송사업자 측에 수수료가 더 낮은 번호로 이동할 것을 제안했지만, 통하지 않았다”면서 “유료방송사업자 측도 송출수수료 인하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각 사가 생각하는 적정 인하 폭이 달라 협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매번 송출수수료 갈등이 반복되자 일각에선 정부의 역할론도 제기된다. 또 다른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중재하는 대가검증협의체는 말 그대로 ‘중재’ 역할만 할 뿐 실효성이 없다”면서 “이미 홈쇼핑 사업자 중 상당 업체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TV홈쇼핑이 아닌 모바일 채널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이들이 채널 이탈이라는 초강수를 두기 전에 정부에서 수수료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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