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창단 첫 2부 강등이라는 뼈아픈 결말을 맞은 인천유나이티드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이들이 있다. 인천 선수들이 클럽하우스와 훈련장에서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서부터 경기 후 라커룸에서 나누는 대화까지 팬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 등을 담은 인천 구단의 시리즈 컨텐츠, 「피치 위에서」 제작진이다. 이들은 그 누구보다 가까이서 이번 시즌 인천의 모습을 지켜보고 영상으로 편집해 기록을 남겼다. 인천 구단 외주를 받아 「피치 위에서」를 제작한 ‘성문컴퍼니’ 서창환CP를 만나 이번 시즌 소감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등에 대해 들어봤다.
▲「피치 위에서」 촬영은 어떻게 하는지.
-보통 한 경기당 카메라맨 2~3명 정도가 투입되고 라커룸과 벤치, 관중석에도 무인 카메라를 6~7대 정도 설치해서 촬영한다. 작년에는 벤치에도 카메라맨을 투입했는데 감독 작전 지시나 코칭 스태프간의 소통 등 나중에는 편집해야 하는 내밀한 내용이 많아 올해부터는 무인카메라로만 촬영해 주로 리액션용으로 썼다.
▲올해 창단 첫 강등으로 팀 성적이 좋지 않아 촬영할 때도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실제 일반적인 다큐멘터리보다도 연출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다 보니 경기 결과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일단 경기에서 이기면 어떤 말을 하거나 질문을 해도 답변이나 반응이 잘 나오지만 패하면 그렇지 않기 때문에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다. 특히 올해는 지는 경기가 많다 보니 매번 선수들이 경기 후 침울해하고 자책하는 모습이 레퍼토리처럼 나가는 경우가 많아 어떻게 하면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시즌 중반부터는 경기 전 선수들이 몸 풀거나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기존 인트로 대신 그날 촬영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첫 부분으로 가져오는 구성의 변화를 줬는데 다행히 반응이 좋아서 이후 영상 조회수나 시청 지속 시간 지표 등이 이전보다 더 좋게 나오게 됐던 것 같다.
〈“준비됐나, 이길 준비 됐냐고. 오케이 가자!” 시즌 중반 최영근 감독 부임 후 첫 번째 경기였던 제주 원정에서 경기에 들어가기 전 최 감독이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했던 말을 인트로로 썼던 장면이 당시 인천 팬들에게 큰 화제가 됐다. 해당 영상 댓글 창에는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라커룸 토크’, ‘그 어떤 오프닝보다 설레게 한 장면’ 등의 호평이 달렸다. 구단에 따르면 이번 시즌 ‘피치 위에서’ 상반기 평균 영상 조회수는 약 8000회 정도였으나, 8월 이후 하반기서부터는 약 1만8000회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영상을 보면 가끔 감독이나 코칭 스태프가 잠깐 카메라를 내려달라고 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어떻게 하는지.
-만일 촬영 중단 요청을 받으면 카메라맨이 들고 있는 카메라뿐 아니라 라커룸에 설치한 무인 카메라도 모두 끄고 자리를 비켜준다. 돌아보면 이번 시즌에는 전체 통틀어 두세 번 정도밖에 없었던 것 같다. 사실 경기 당일에는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감독님이나 코칭스태프에게는 말을 걸기가 힘들다. 당연히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선수들에게 쓴소리하거나 휘어잡아야 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 촬영이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바로 카메라를 끄고 나온다.
▲이번 시즌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아무래도 2부 강등이 확정됐던 대전전이다. 그날 대표님과 감독님 두 분 모두 눈물을 흘리셨는데 현장에서 촬영할 때는 물론 이후에 편집할 때도 가슴이 많이 아팠다. 앞서 35라운드 광주전에서 이겼을 때 전 대표님이 이전에는 못 봤던 회색 양복을 입고 오셔서 ‘앞으로도 계속 입고 오실 거냐’고 물었더니, ‘이길 수만 있다면 계속 입겠다“고 하셨는데 정말 이후 경기에서도 같은 양복을 입고 오셨다. 사실 같은 옷을 입는 게 어려운 건 아니지만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진심을 담는구나 싶어 개인적으로 감동을 받았다.
▲’피치 위에서’ 촬영을 하려면 선수들하고도 친분을 쌓아야 할 거 같은데 가장 친한 선수나 또는 고마운 선수가 있는지.
-제작진 입장에서 가장 고마운 선수는 말을 잘 해주는 선수다. 지난해 이어 2년차이다 보니 대부분 선수가 촬영에 적응했는데 김도혁, 이명주, 무고사 등 팀 고참급 선수들은 알아서 말을 잘해주는 편이다. 올해 가장 고마웠던 선수를 꼽자면 이범수 골키퍼다. 이번 시즌 부천에서 이적해서 ‘피치 위에서’ 촬영이 처음인데 언제든지 카메라를 들이밀면 피하거나 어색해하지 않고 친절하게 말을 잘 해줬다. 특히 경기에서 졌을 때도 기분에 상관없이 성실하게 답변을 잘 해줘서 고마웠다.
▲그 누구보다 가까이서 인천유나이티드를 지켜본 사람으로서 인천은 어떤 팀인지.
-한 마디로 인천은 ‘낭만의 팀’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마지막에는 강등이라는 뼈아픈 결과를 맞았지만 끝까지 응원가를 부르고 박수쳐주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인천은 정말 팬들이 강한 팀이고 팀을 사랑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특히 국내 선수뿐 아니라 외국인 선수들도 인터뷰해보면 하나 같이 인천에 대한 애정을 정말 많이 가지고 있는 걸 보고 놀랄 때가 많았다. 비록 이번 시즌 강등으로 ‘K리그 잔류왕’이라는 타이틀은 잃게 됐지만 ‘낭만의 팀’이라는 정체성과 색깔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확신한다.
/유희근 기자 allways@incheonilbo.com·사진제공=성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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