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로 한국 경제 불확실성 우려가 더 커지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올해 2.2% 성장률을 달성하는 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태가 조기에 종료된 만큼 시장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분기보다 0.1%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 10월 발표된 속보치와 같은 수준이다. 역성장을 기록했던 지난 2분기(-0.2%) 이후 반등에 성공했지만, 반등 폭이 한은의 8월 전망치(0.5%)나 시장의 기대에 미치진 못했다.
◇ 수출 부진에 0.1% 그친 3분기 경제 성장률
3분기 성장이 저조한 원인은 수출에서 찾을 수 있다. 3분기 수출은 자동차와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전기 대비 0.2% 감소했다. 2022년 4분기(-3.7%) 이후 7분기 만에 감소 전환한 것이다. 특히 중국 내 화학제품 수요가 줄어들면서, 합성수지 등 품목의 수출이 감소한 영향을 받았다는 게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시장의 기대엔 미치지 못했지만 GDP 성장률이 반등할 수 있었던 것은 내수가 회복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민간소비는 재화와 서비스 소비 모두 늘면서 전기 대비 0.5% 증가했다. 재화에서는 전기 등 연료 사용과 자동차·핸드폰 등 신제품을 중심으로, 서비스에서는 의료와 운송 등을 중심으로 소비가 늘어났다.
정부소비는 건강보험급여비 등 사회보장현물수혜를 중심으로 0.6%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장비 등 기계류와 항공기 등 운송장비가 모두 늘어 6.5% 증가했다. 다만 건설투자는 건물건설을 중심으로 3.6% 줄었다. 지난 2분기(-1.7%)에 이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GDP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로도 나타났다. 3분기 순수출은 -0.8%포인트(p)의 기여도를 기록했지만, 내수는 성장률을 0.8%p 끌어올렸다. 2분기에는 내수와 순수출 모두 GDP 성장에 -0.1%p씩 기여했었다.
기여도를 내수 항목별로 보면 민간소비와 정부소비, 설비투자가 각각 0.1%p, 0.3%p, 0.6%p를 기록한 가운데 건설투자만 -0.5%p로 마이너스였다. 한은 관계자는 “민간 부문의 경제 성장 기여도가 2분기 -0.2%p에서 -0.4%p로 소폭 낮아진 것은 건설투자 부진과 수출 감소 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 “4분기에 전기比 0.5%만 성장해도 올해 성장률 2.2% 달성”
한은은 지난 2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제시했었다. 그러다 1분기 1.3% 깜짝 성장을 기록하자, 5월에는 전망치를 2.5%로 높였다. 이후 8월 전망치를 2.4%로 내렸다가 지난달 다시 2.2%로 하향 조정했다.
3분기 경제 성장률이 기대치보다 저조하게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한은은 올해 전망치인 성장률 2.2% 달성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한은 강창구 국민계정부장은 “우선 3분기 누적으로 전년 대비 GDP 성장률이 2.3%를 기록했다”며 “4분기에는 전기 대비 0.5%, 전년 동기 대미 1.7% 정도만 나와도 2.2%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은은 최근 벌어진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경제 성장률 전망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부장은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우리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우려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다만 계엄 사태가 비교적 빠르게 해제되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은은 현재 계엄 사태가 실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판단할 단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신 앞으로 시장을 모니터링하며 추가로 데이터를 얻는 대로 다시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앞서 한은은 전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불안정해진 금융·외환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비정례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을 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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