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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딸이 죽어가고, 46억 들여야 살릴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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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사랑 양과 아빠 전요셉 씨. 사진=전사랑 인스타그램(@withsarang7303)
▲ 전사랑 양과 아빠 전요셉 씨. 사진=전사랑 인스타그램(@withsarang7303)

짐작해 본다. 사랑하는 딸이 10대만 되어도 걸을 수 없다면 어떨까. 20대부터는 숨을 호흡기에 의지하다 30대에 숨진다면. 곁을 떠나 영영 볼 수 없게 된다면.

이를 늦춰줄 유일한 치료제 가격이 무려 46억 원에 달한다면. 어떡해야 할까. 평생 안 쓰고 모아도 결국 치료해줄 수 없단 게 얼마나 원망스럽고 애달플까.

희소병인 ‘듀센근이영양증(DMD)’. 세 살 전사랑 양이 앓는 이 병은, 신생아 때부터 근육이 점차 파괴된다고 했다. 다행히 미국에서 ‘엘레비디스’란 유전자 치료제가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 비로소 치료받을 수 있게 됐다.

사랑 양 같은 근육병을 가진 해외 환아들이 계단을 뛰고, 자전거를 타는 기적 같은 모습이 전해졌다. 치료받을 희망이 처음 보이기 시작했다. 치료제가 비싼 게 압도적인 문제였다. 사랑 양 아빠인 전요셉 씨(33)는 고심했다. 작은 시골 교회 목사인 그가 46억 원을 어떻게 벌 수 있을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겼을 거였다.

아빠가 선택한 방법은 걷는 거였다. 칠레 중부에 사는 근육병 환아 토마스의 엄마가 몸과 마음을 다해 낸 길을 따라가기로 했다. 토마스의 엄마 카밀라는 산티아고까지 1000km 넘게 걸으며, 50억 원이 넘는 치료비를 모았다.

11월5일에 부산에서 출발했다. 요셉 씨는 서울 광화문까지 가는 여정을 목표로 걷고 또 걸었다. 힘들단 말도 안 했다. 그가 SNS에 사랑 양을 향해 남긴 문장들을 봤다.

‘사랑아, 어떤 오르막도 우리는 오를 수 있단다.’

‘사랑아, 오늘은 하늘이 참 맑고 푸르단다.’

‘사랑아, 길은 여전히 그대로인데 벌써 해가 져 어두울 때도 있단다. 하지만 너무 걱정 말렴. 아빠가 너와 함께 걸어갈 거란다.’

컴컴한 밤에도 쉼 없이 걸으며 이런 글을 남겼다.

‘사랑아, 어둠이 깊은 밤이었는데도 아빠는 두렵지 않았단다. 네가 전화로 들려준 목소리가 어두운 길을 환히 밝혀주었거든. 너는 아빠의 빛이란다.’

▲ 전사랑 양 가족. 사진=전사랑 인스타그램(@withsarang7303)
▲ 전사랑 양 가족. 사진=전사랑 인스타그램(@withsarang7303)

그리하여 11월29일, 서울 광화문에 그가 도착했을 때. 740km를 완주해 슈퍼맨이라고, 기적이라고, 따뜻하다고 기사가 쏟아졌을 때. 마음 어딘가가 울컥, 속상하고 슬프단 생각을 했다. 13억 원이 넘는 모금에 성공했단 걸 보면서도 계속 아프고 저리기만 했다. 속내를 들여다봤다.

가뜩이나 버거운 생(生)의 여정을, 아픈 아이와 함께 이미 먹먹하게 걷고 있는 아빠인데. 그가 왜 470km씩 또 걸으며 치료제 비용을 이리 힘겹게 벌어야 하나 싶어서.

모두가 요셉 씨처럼 힘을 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닐텐데, 이 정도 애를 써야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게 과연 맞는 건가 싶어 생각을 떨치기 힘든 거였고.

이리 화제가 될 만큼 걷지 않아도 충분한 치료제가 도입 돼야 한다고. 그래서 아픈 아이들이 더 많이, 저렴하게 치료받아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선 건강보험 적용이 두루 돼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거였다.

이를 가능케 하는 건 섬세한 제도다. 희소병인 척수성근위축증(SMA)를 앓는 13살 서연이는 건강보험에 탈락해, 치료제 주사를 1억 원을 내고 맞았다. 같은 주사를 일본에 사는 유다 유이 씨는 단돈 10만 원에 맞았다. 고소득자도 연 30만 원을 넘게 부담하지 않도록 하는, 일본의 보험 제도 덕분이었다.

선진국은 가능한데 우린 안 되는 이유가 뭔가. 희소병일지라도,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그만큼 가치를 존중하는 것. 그러기 위해 필요한 건 결국 ‘관심’이라고 했다.

▲ 46만 명 만 원의 기적 챌린지 사진. 사진=전사랑 인스타그램(@withsarang7303)
▲ 46만 명 만 원의 기적 챌린지 사진. 사진=전사랑 인스타그램(@withsarang7303)

남보다 좁고 힘든 길을 자처해 가는, 이영목 강남세브란스 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희소병 확률이 10만분의 1이면, 한 명 걸리고 9만9999명은 안 걸리는 거잖아요. ‘내가 아니고 쟤가 걸려서 다행이다’ 이게 아니라, 최소한 10만분의 1만큼은 관심과 책임을 가져야지, 그런 생각이 있어야 해요. 함께하면 끝까지 함께할 수 있잖아요. 가장 중요한 건 관심입니다.”

요셉 씨가 했던 말을 끝으로 남긴다. 이 글의 마침표가 흘러가도 묵직하게 오래 남길 바라며.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걷고 뛰고 호흡할 수 있게 해주세요. 우리 아이들은 오늘이 가장 근력이 강합니다.”

미디어오늘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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