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한국 신용등급에 실질적 영향이 없을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재계 주요 기업들은 대외신인도 하락 등을 주시하며 초조한 분위기다.
킴엥 탄 S&P 전무는 4일 서울 여의도에서 나이스신용평가가 공동으로 진행한 언론 세미나를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비상 계엄이 몇 시간 만에 해제됐고, 한국의 제도적 기반이 튼튼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S&P 측은 이번 계엄 사태가 투자자들에게 뜻밖의 일이라 향후 투자 결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하면서도, 현재 한국의 전반적인 신용 환경이나 한국 기업의 신용도에 계엄 여파가 잠잠해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한국의 현 신용등급인 AA를 바꿀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 S&P, 피치는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비교적 오랜기간인 8년에서 12년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해왔다. 현재 신용평가사별 한국 국가신용등급은 무디스 Aa2, S&P AA, 피치 AA-다.
하지만 국회 본청에 계엄군의 진입이 있었던 데다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정치적 불안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의 상황 전개에 따라 국가신용등급의 하향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날 네덜란드 금융그룹 ING도 “한국 계엄령 사태로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은 불확실하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이 보유한 AA급 신용도와 별개로 대외신인도 하락 가능성에 재계가 불안해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반도체∙배터리∙자동차 등 국가 주력으로 이뤄지던 민관 협동 사업이 일제히 멈추면서 국내 기업들의 투자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적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데 대외신인도 마저 하락하면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계엄 안팎으로 뉴욕타임스와 BBC 등 외신들이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 김건희 여사 논란 등 정치적 갈등을 부각시켜 전한 것도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 감소와 철회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정치 불확실성을 이유로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 채권을 대량 매도해 해외 자금 이탈이 커지면 원∙달러 환율이 올라 원자재나 원료 수입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실제로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해제되는 간밤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30.0원까지 치솟았다가 현재는 141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장중 한 때 2%까지 낙폭을 키웠지만 안정을 되찾으며 전일 대비 1.44% 하락한 2464.00으로 장을 마감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 변동성이 장기적으로 크게 확대될 가능성을 언급하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되기 이전에는 반등 기회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등급 변동 우려와 원화 약세가 동반되며 외국인의 한국 증시 회피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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