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강우 기자 주택이나 건물에 침입하는 ‘침입강도’를 막기 위한 범죄 예방 전략인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의 연구도구로써 ‘가상현실’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앞으로 가상현실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지원제도가 필요하다는 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대검찰청에서 발표한 ‘2023년 범죄분석’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한국의 강도범죄 중 범행수법으로 ‘침입강도’가 38.3%의 비중을 차지해 2위를 기록했다. 이는 상당히 큰 비중으로 3위인 노상강도는 7.4%에 불과하다. 그리고 지난 2021년 기준 침입강도 비중은 46.3%로 1위를 차지한 바 있어 현재도 상당히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 꾸준한 침입강도… 범죄예방환경설계 통해 예방
경찰청에 따르면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란 적절한 건축설계나 도시계획 등 도시 환경의 범죄에 대한 방어적인 디자인을 통해 범죄가 발생할 기회를 줄이고, 도시민들이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덜 느끼고 안전감을 유지하는 종합적인 범죄 예방 전략이다.
CPTED의 역할과 주된 목적은 여러 가지다. 한국셉티드학회에 따르면 CPTED는 △감시 △접근통제 △공동체강화로 나뉜다. 감시와 접근통제는 핵심개념(Main Concept)으로 △기계적 △조직적 △자연적 감시와 접근통제로 나뉜다.
감시는 조명, 폐쇄회로(CC)TV 등을 이용하고 경비원을 두며 창문과 공간디자인을 통해 이뤄진다. 접근통제는 보안설비와 잠금장치로 통제하며, 경비원과 대지경계부 등을 통해 접근을 통제한다. 공동체 강화는 부가개념(Sub Concept)으로 주민교류와 자발적인 환경관리 등이 있다.
◇ 가상현실, CPTED 연구 도구로써 활용성↑… 다양한 요인들 제어 가능
하지만 CPTED 연구를 위해선 물리적, 공간적, 시간적 한계가 있다. 특히 ‘시간’의 경우 범죄가 주로 이뤄지는 시간대에 맞춰 실험을 진행해야 하지만 여건이 항상 따라주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강도범죄의 40.5%는 오후 8시부터 오전 3시 59분 사이에 일어나 새벽에 가장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이유로 2000년 들어 ‘가상현실’이 범죄학 분야에서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건축공간연구원은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에서의 가상현실 활용’ 리포트를 통해 “주로 지도, 주택 사진과 같은 정태적 이미지를 분석하는 데 활용했으나 이는 피실험자가 역동적인 환경 자극을 받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반면 가상현실은 현실성, 응용 가능성 등과 같은 장점이 있어 기존 연구 도구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한 실제로 연구에서 활용되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건축공간연구원 측이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가상현실의 현장감이 충분히 확보된 수치를 보였기 때문이다.
가상현실의 △물리적 공간감/현실감 △몰입감 △생태학적 타당성의 평균은 5점 만점 중 3.95점에서 4.29점 사이에 분포해 높은반면, 건강이상 발생 여부 점수는 평균 1.46점으로 낮아 가상현실의 타당성은 충분하다고 건축공간연구원 측은 밝혔다.
침입범죄의 가능성은 건축물의 위치와 지역뿐만 아니라 건축물의 상태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외부공간이 정돈되지 않고, 사적공간과 공적공간의 경계가 모호해 영역성이 약하거나 자연적 감시가 어려울 경우 범죄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가상현실은 침입범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적용하고, 변화를 통한 반복실험이 가능해 침입범죄 예방을 위한 CPTED 요소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게 건축공간연구원 측의 입장이다. 무엇보다 가상현실은 시간대별 자연 조도, 주변 가로등의 조도, 건축물 내부 조명의 점등 여부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조도 변화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이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CPTED요소가 침입범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 모두 방범창과 보안업체 마크가 설치돼 있는 주택이 그렇지 않은 주택보다 절도의사가 낮게 나타났으며, 담장 높이가 높을수록 침입범죄 의사가 낮게 나타나는 등 유의미한 결과를 얻은 바 있다.
이어 연구원이 가상현실을 활용해 실험한 결과, 일몰 이후 자연 조도가 낮아지면서 범죄 두려움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으며, 주변 가로등이나 건물 내부의 조명 점등 여부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 또한 나타났다.
◇ 가상현실, 한계점 있어
연구원의 가상현실 활용은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냈다. 건축공간연구원 측은 “다양한 요소를 적용한 반복실험이 가능한 장점이 있고, 현장감 및 현실감이 높아지고 있으며, 일부 현장실험과 유사한 결과가 도출됐다”며 “실험 결과를 통해 CPTED 분야에서 가상현실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다만 한계는 분명히 있다고 했다. 특히 가상환경은 실제 현장과 분명한 차이가 있으며, 실험 참가자가 현장에서 경험하는 것을 가상환경에서 완벽히 동일하게 느낄 수 없어 연구결과의 신뢰성 제고를 위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실험 참가자는 일반인이며, 실제 범죄자의 의사결정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 또한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CPTED 분야에서 가상현실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도 언급했다. 건축공간연구원 측은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하는 데 물적·인적 비용이 많이 들어 중앙부처나 지자체에서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하며, 실무자들이 지역 환경에 적합한 CPTED 사업 설계안을 도출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개발·도입해 사업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여야 한다”고 전했다.
- 대기업 알뜰폰 점유율 규제법 향방은?
- 민주당, ‘계엄 상황실’ 설치… “비상계엄 또 이뤄질 수 있다”
- ‘명분’도 ‘신뢰’도 잃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 [인터뷰] 박예영, 온 마음 다한 ‘언니 유정’
- 유통업계, 내년 전망도 ‘흐림’… 성장 둔화 계속되나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