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선포한 비상계엄 사태 이후에도 미국은 “한미 동맹이 철통같다”고 했다. 하지만 한미 동맹에 대한 의구심은 커지고 있으며, 최근 개선되고 있는 한일 파트너십도 약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더군다나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한국이 분담하는 몫) 인상을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상황에서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면서 한미 양국 관계에 불확실성이 더해졌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면서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동북아 지역 내 미국 핵심 동맹국이었던 한국의 정치적 불안감이 커진 것은 혼란을 악용하는 북한에 잠재적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 “비상계엄 사태, 美·日이 韓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 제기”
CNN은 4일(현지 시각) “한국에서 밤새 일어난 정치적 격변은 미국의 주요 민주주의 동맹국의 안정을 뒤집어 놓았고, 동북아와 미국에 충격을 줬다”며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에서 북한에 대한 견제와 중국에 대한 균형추 역할을 하던 한국에서 벌어진 일은 약 3만 명의 주한 미군에게 불안한 현실이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등은 비상계엄 사태에 우려를 표시하면서도 한미 동맹은 굳건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윤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를 철회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민주주의는 한미 동맹의 근간이며 우리는 상황을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했다. 국무부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업무를 총괄하는 커트 캠벨 부장관 역시 이날 일본 오사카에서 열릴 엑스포 관련 사전 행사에서 “중대한 우려를 갖고 최근 한국의 상황 전개를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나는 한국과의 동맹이 철통같으며, 불확실한 시기에 한국의 편에 서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한미 양국 관계에 대한 우려는 꺼지지 않고 있다. 미 대령 출신인 세드릭 리튼은 CNN에 “한국의 불안정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한국의 안정성이 낮을수록 미국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이를 반영하듯 조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한국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을 “훌륭한 친구”라고 칭했고, 2023년에는 한미일 3국이 공동 정상회담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가 이를 3시간 만에 차단하면서 정치적 혼란은 커졌다. 워싱턴에 있는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의 레이첼 민영 리 수석 연구원은 “윤 대통령의 행동은 미국과 일본 입장에서 한국이 동맹국이자 파트너로서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고 짚었다.
◇ “정치적 혼란 기회로 여기는 북한에 기회 제공”
무엇보다 한국의 정치적 혼란, 이로 인한 한미동맹 약화는 타국의 혼란을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북한에 기회가 될 수 있다. CNN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정치적 순간마다 주요 무기를 시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미국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지적했다.
에드워드 하웰 영국 옥스퍼드대 정치학 교수는 “서울에 혼란이 생길 때마다 북한은 한국의 민주주의 체제를 조롱하는 걸 좋아한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며 “북한이 한국의 국내 위기를 수사적으로든 아니든 유리하게 이용하더라도 놀라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북한 외에 중국과 러시아 역시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들 국가는 동북아 지역에서 미군이 주둔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CNN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이 동북아 지역의 동맹국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모습을 분노하며 지켜보고 있었다”며 “반면 미국은 중국의 위협이 커지고 러시아와 중국의 안보협력이 심화하는 데 우려를 표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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