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아침형 인간’인 건 아니다. 그보단 의무적으로 일찍 자려 하고, 일찍 자는 편이다. 일찍 자는 게 다음날 컨디션에 이로움을 깨우쳐버린 나이라서다. 밤 10시면 휴대전화를 치우고 불을 끈 뒤 침대에 눕는다. 지난밤에도 나는 그렇게 잠들었다.
12월 4일 오전 6시 50분, 반복되는 알람 소리에 눈이 떠졌다. 휴대전화 화면 잠금을 풀고 알람을 껐다. 친구가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3개가 와 있었다. 전송 시각은 이날 오전 5시 11분. 마지막으로 온 메시지가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인 것을 보자마자 불현듯 2022년 10월 30일의 아침이 떠올랐다. 그날도, 무슨 일이 일어나 있었다.
내가 잠든 사이.
채팅방에 들어갔다. “해강아. 지난밤 잘 보냈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 친구는 무슨 일이냐고 재촉해 묻는 내게 “빨리 아무 언론사나 들어가보라”고 했고, 나는 그렇게 했다. 그리고 썼다. “계엄령선포? ㅁㅊ”
계엄령은 무엇인가. 계엄령은 국가 비상시 대통령이 군사권을 동원해 사회 질서를 유지하도록 하는 조치다. 그중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내린 ‘비상계엄령’은 전시나 사변 등의 국가비상사태에 선포하는, 그야말로 최후의 수단에 가까운 것이었다.
‘큰일이라면 큰일’인 게 아니라, 그냥 큰 일이다. 출근해서 만난 동료 중 지난밤 계엄령 선포 소식을 듣고서 발 뻗고 잔 이는 없었다. “결국 새벽에 계엄령이 해제됐으니 일찍 잔 사람이 위너”라는 선배의 웃픈 농담을 들으며, 한편으론 그런 생각을 했다. ‘이거 맘 편히 자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던 거 같은데?’
사이렌까진 아니어도 안전문자라도 하나 왔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가 한파와 폭설 그리고 북한의 대남오물풍선 발사 등을 알리는 데 상시로 활용해온 ‘긴급재난안전문자’는 이날 밤 감감무소식이었다. 이유는 당시 행안부가 계엄령과 관련한 주무부처로서 대응하느라 문자를 보내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 탓에 상당수 사람들은 ‘비상계엄령’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뉴스나 지인을 통해서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에 따르면 행안부는▲대규모 사회재난 상황정보 ▲국가비상사태 관련 상황정보 ▲기상특보 관련 자연재난 상황정보 등의 상황에 재난문자를 발송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행안부 관계자는 4일 세계일보에 “실무 부서에서 재난문자 발송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같다. 현재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물론 민방위 사태 등 예외도 있지만 주로 재난 상황 위주로 문자를 발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침에 일어나 지인들이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고서야 알았어요. 한파나 폭설 등 날씨 관련 문자도 오는데…. 이게 국가 비상사태가 아니면 대체 뭐가 재난인 건가요?” 한 시민은 매체에 말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재난’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 있다. 그러나 국회 유리창을 깨고 경내로 진입하려는 계엄군과 소화기를 뿌리며 이를 막으려는 보좌진이 충돌했다는 소식, 국회 앞에 모인 수천 명 시민이 군·경찰과 대치했다는 소식,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이 내가 잠든 사이 종결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올겨울 영하 20도 한파가 예측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보다 더 짜고, 매섭게 식었던 것 같다.
유해강 에디터 / haekang.yo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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