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들은 대한민국의 엄청난 자산이 될 겁니다. 이곳 인천에서 재외동포청이 이 자산을 현실화하고 현재화하겠습니다.”
제2대 재외동포청장인 이상덕 청장은 올해 7월 취임 이후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왔다. 모국과 재외동포 간 상생 발전을 위한 결의를 다지는 세계한인회장대회에 이어 국내외 경제인 35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전북에서 열린 제22차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등 대규모 행사를 잇따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이 청장은 이들 행사에서 재외동포들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이 역량을 연결해 재외동포 사회와 대한민국 역량으로 결집시켜 나가는 것이 바로 재외동포청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재외동포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쏟고 있는 그를 취임 후 처음으로 만나봤다.
▲대한민국 역량, 재외동포
재외동포는 일반 국민에게 낯설기도 한 단어다. 재외동포들이 전 세계에서 한국의 위상을 알리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해 오고 있지만 재외동포들의 모국 기여 역사와 역할, 중요성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 국민들이 재외동포라는 단어에 갖는 인식은 각양각색입니다. 고구려와 백제의 유민들이 중국과 서역으로 건너갔고, 일제강점기에는 사할린과 만주로도 가고 또 사할린에 계셨던 분들은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되는 등 재외동포 역사는 우리의 아픈 과거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이는 우리 본국의 책임도 있는 거죠. 재외동포 사회를 막연하게만 볼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제대로 바라봐야 합니다.”
재외동포청은 지난해 6월 이런 이유로 다양한 인식 제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재외동포에 대한 내국인 인식 조사를 비롯해 재외동포 개념 및 모국 기여 사례 초·중·고 교과서 수록 추진, 찾아가는 재외동포 이해 교육, 재외동포 모국 기여 사례 홍보 등이다.
특히 그는 굴곡진 역사 속에서도 재외동포들이 보여준 모국에 대한 기여를 많은 국민이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하와이로 떠난 분들도, 광복 후 일본에 남은 분들도 모두 어려운 형편에도 조국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일본 10개 공관 중 9개 공관은 바로 재일동포들의 모금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88올림픽 때도, 모국 인재 양성을 위해서도 자기 것을 내어가며 대한민국의 발전을 바라고 또 바랐습니다. 이는 곧 재외동포청이 왜 설립돼야 했으며 관련 예산이 왜 확대돼야 하는지 알려주는 이유라고 봐요.”
이 청장은 현재 전국 곳곳에서 정착해 살고 있는 재외동포들도 곧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때로는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재외동포에 대한 인식도 이제는 글로벌하게 변화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 정착한 재외동포들은 부족한 중소기업 일손 문제와 저출산 시대에 역할을 할 겁니다.”
외교관으로 세계 곳곳에서 재외동포들과 마주한 그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동포 사회를 주목해 달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한국계 연방 상하원 의원 4명이 당선됐죠. 이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입니다. 또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등에 진출해 성공한 재외동포들도 많습니다. 우리 동포들의 이런 역량은 곧 대한민국 역량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역량을 잇는 것이 바로 재외동포청 역할입니다. 그 일을 묵묵하게 해낼 겁니다.”
▲인천과 함께 할 재외동포청
재외동포청 유치는 인천지역 염원이었다. 그리고 인천은 이를 해냈다.
이 청장은 재외동포청이 자리 잡은 인천이라는 도시가 가진 상징적 의미를 강조했다.
“인천은 근대 재외동포 이민사의 출발점이자 오늘날에는 글로벌 진출 관문입니다. 1902년 제물포항에서 한국 최초 공식이민단이 출발해 1903년 1월13일 하와이에 도착했죠. 오늘날 700만 재외동포가 존재하는 역사적 출발점이자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그야말로 인천은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갖춘 글로벌 도시로 재외동포 사회와 대한민국을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는 재외동포청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인천시의 적극적인 행보에 고마움을 나타냈다.
인천시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재외동포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재외동포청이 위치한 송도 부영타워에 ‘재외동포 웰컴센터’를 개소하는 등 재외동포 정책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청장은 재외동포청 유치에 맞춰 700만 재외동포를 아우르는 ‘1000만 도시 인천’이란 인천시 슬로건에도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봤다.
“1000만 도시 인천은 대한민국 관문인 인천이기에 가능하다고 봐요. 내년에는 세계한인경제인대회는 물론 다양한 재외동포 행사가 인천에서 열릴 계획입니다. 이런 행사들이 축적되면 인천이 어떤 곳인지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널리 알릴 수 있게 될 겁니다.”
재외동포청도 인천 지역사회와 다양한 협력을 지속해 오고 있다.
지난 6월 인천보훈병원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재외동포에게 실질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하면 7월에는 차세대 동포 2000명이 참여한 모국 연수와 46개국 한글학교 교사 232명이 참여한 연수 등 인천에서 뜻깊은 행사를 잇따라 열었다. 또 8월에는 인천시와 공동으로 ‘K-뷰티 수출상담회’를 통해 45억원 규모의 계약 체결과 184억원 규모의 상담을 진행했다.
“앞으로도 재외동포청은 동포정책에 관심을 갖는 인천시 등 지자체들과 협력 범위를 넓히고 지역 사회 기여 방안을 찾을 겁니다. 특히 내년부터 국내동포 정착지원 사업을 본격 추진합니다. 인천시도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재외동포와 국내 기업 간 경제 협력 플랫폼 구축은 물론 인천지역 국제학교, 대학, 글로벌 캠퍼스 등과 연계한 청소년 프로그램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는 인천과 함께하겠다는 포부를 이렇게 밝혔다. “재외동포청은 인천 지역사회에 힘을 합쳐 재외 동포의 안정적 정착과 다양한 교류 협력을 꾀할 겁니다. 이런 행보가 인천지역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은경 기자 lotto@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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