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부터 4일 새벽까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국회 요구로 해제하자, 4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5당을 비롯한 시민 수백 명이 모여 비상시국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국회의원과 시민들은 “국격 훼손 나라 망신 윤석열은 사퇴하라!” “불법 계엄 내란 행위 수사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비상계엄 선포 전부터 ‘정부 계엄설’을 주장했던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왜 이런 비정상이 일어났습니까? 비정상적인 대통령이 비정상적인 대통령 부인의 비정상적인 권력욕을 비정상적으로 지켜주려다 비정상적인 수단을 쓰고 결국 비정상적으로 허망하게 쫓겨 갔습니다. 그러나 이 비정상이 끝났습니까?”라며 “저 비정상의 대통령이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시민들은 “아니요”라고 큰소리로 답했다.
김민석 의원은 “비정상적인 대통령은 궁지에 몰려서 더 광기의 비정상으로 질주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단호하게 정상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대통령 비서실이 사퇴한다는 것은 미친 대통령과 함께 더 이상 책임지기 싫다는 이야기다. 여당이 대통령에게 탈당을 권하는 것은 사실상 흉기를 들고 탱크를 음주운전 시키는 저 대통령과 함께 여당으로서 책임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나라는 어떻게 됩니까? 미친 대통령 하나가 흉기를 손에 들고 음주운전을 하는 상태를 그대로 두면 이 나라는 어디로 가겠나. 따라서 이제부터 대한민국 정치의 모든 책임은 윤석열의 음주운전 책임을 당장 끝내는 것이라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운 상태다. 5200만 국민의 삶, 이 나라 운명을 책임진 사람의 행동으로 볼 수 없다”며 “국민이 준 권력으로 본인과 아내를 위한 친위 쿠데타를 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하고 계신 민주 시민 여러분. 어젯밤 참으로 많이 놀라지 않았습니까. 저는 어제 밤을 새우면서 마치 이상한 나라로 가버린 앨리스 같은 느낌, 마치 만화 속에 들어간 느낌이었다. 21세기 세계 10대 경제 강국, 문화 강국을 그리고 5대 군사 강국으로 성장하던 이 나라에서 총칼을 든 군인이 사법행정 권한을 통째로 행사하는 그런 원시적인 나라로 되돌아가는구나.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헛웃음이 자꾸 나왔다. 이게 사실일까. 혹시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언주 최고위원이 꼬집어 드릴까요? 이야기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 이 땅의 주인은 국민이고, 대통령, 국회의원이 행사하는 그 모든 권력도 결국 국민으로부터 온 것이고, 그 권력은 오로지 국가와 국민만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나라의 지배자가 아니라 이 나라의 주권자인 국민의 충직한 일꾼 머슴일 뿐”이라며 “그가 가진 권력으로 국민이 피땀 흘려 낸 세금으로 무장한 총칼 든 군인을 동원해서 국민에게 총칼을 들이댄다는 이 현실이 믿어지십니까?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제 더 이상 참을 수도, 용서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재명 대표는 “국민의힘 국회의원, 그리고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이 나라의 국민께도 꼭 말씀드리고 싶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로 보여진다. 그가 아무리 무능하든, 아무리 불량하든, 상식을 가지고 있다면 위험하지는 않다. 그런데 어제밤부터 새벽 사이 벌어진 일들을 보면 5200만 국민의 삶을 통째로 책임지고 이 나라의 운명을 책임진 사람의 행동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전부터 민주당이) 계엄을 준비하는 것 같다고 말했더니 헛소문 퍼뜨린다고 비난하고 국회에서 의결해서 해제하면 그만인데 그런 계엄을 왜 하겠냐고 뻔뻔스럽게 이야기했다”며 “그런데 상식을 가진 보통의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결코 비상계엄 같은 건 꿈도 꾸지 않았을 거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기 때문에 윤석열 정권이기 때문에 그 무능과 부도덕성의 끝은 민생의 위기일 수밖에 없고, 경제 위기일 수밖에 없고, 안보 위기일 수밖에 없고, 국민으로부터 버림받는 것밖에 없기 때문에 마지막 가는 길은 결국 무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또 비상계엄을 선포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걱정스러워 또 한마디 드리겠다. 이게 가장 위험한 일이 아니다. 계엄은 또 상황이 정비되고 호전되면 또 시도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까지보다 더 단단하게 대비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힘만으로는 견뎌내기 어렵다”며 “어제도 국인이 창틀을 깨고 침입했을 때도 우리 국민께서 온몸 던져 총알을 맞을 각오로 싸운 시민들이 있어서 국회의원들이 체포당하지 않았고, 본회의 장을 뺏기지 않아서 합헌적으로 계엄 해제 의결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장갑차 앞에 앉아서 장갑차를 막고 실탄 탄창을 꽂은 자동 소총 앞에서 함께 맞서 싸운 여러분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이 몰염치한 정권의 친위 쿠데타 내란 행위를 막을 수 있었겠냐”며 “국민 여러분이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사실은 헌법 1조에만 쓰여있는 게 아니라 바로 이 투쟁의 현장에서 삶의 현장에서 여러분 스스로가 증명하고 있다.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지지자들은 “이재명! 이재명! 이재명!”을 외쳤다.
이 대표는 “저들도 조율해야 할 것입니다. 한번 실패했기 때문에 부족한 점을 채워서 다시 시도할 것”이라며 “그럴 때 우리 국민께서 그리고 민주당이 우리 국회의원이 나서서 반드시 싸워 이길 것이다. 그러나 여러분 더 큰 위험이 있습니다. 그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습니다.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예측 불가능합니다. 보통의 사람들이 쓰는 판단의 기준에 의해 판단하지 않습니다. 보통 사람의 잣대에 따라 행동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무력을 동원한 비상계엄 조치가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순간에 그들이 국지전이라도 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윤 대통령이 본인과 김건희 여사를 위한 친위 쿠데타를 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비상계엄이 부족하다면 그들은 우리 국민의 생명을 갖다 바칠 것이 분명하다. 경각심을 가지고 함께 싸웁시다. 국민이 준 권력으로 국민을 향해 쿠데타를 했다”며 “국민이 준 권력으로 대통령, 그의 아내를 위한 친위 쿠데타를 했다. 이 쿠데타를 이겨낸 것은 바로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위대한 우리 국민과 함께 국민이 진정 주인으로 살아가는 세상, 함께 꼭 만듭시다. 여러분,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지지자들은 “이재명! 이재명! 이재명!”을 또 한번 외쳤다.
이 대표 발언에 앞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묻겠다. 대통령이 탈당하면 해결될 문제입니까?”라며 “한밤중에 해프닝으로 치부할 사안입니까? 우리가 밤새 목격한 것은 헌정질서를 파괴한 반국가세력의 중동입니다.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파괴한 행위를 어떻게 묵과할 수 있겠냐. 국민의 안위와 나라의 존망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인데 어찌 진영논리를 앞세우고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수 있나. 국민의힘 의원들은 분노한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은 지금 당장 물러나야 한다. 윤석열이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는 건 국민에게 불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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