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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령이 ‘6시간 천하’로 조기에 막을 내리게 된 중심에는 국회를 이끄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당대표가 있었다. 이들은 계엄군들이 체포조를 구성해 국회 본청으로 쳐들어오는 와중에도 침착하게 본회의를 이끌면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를 이끌었다. 이들 3인의 신속한 결단과 행동이 없었으면 본회의 개의에 차질이 생겨 45년 만에 발령된 계엄령이 장기화해 정치·경제적으로 엄청난 피해 뿐아니라 한반도 안보 상황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직면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우 의장은 전날 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듣자마자 한남동 공관을 출발해 국회로 이동했다. 의장 공관이 대통령 관저에 인접해 있는 만큼 조금이라도 지체했다간 이동 자체가 불가능할 뻔했다. 우 의장은 긴박한 와중에도 자신의 ‘정치적 스승’이자 민주화 운동의 한 획을 그은 김근태 전 의원의 유품인 연두색 넥타이를 집어 들었다. 평소 그가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마다 꼭 매던 것이었다.
국회 출입마저 통제되면서 담장을 넘어 국회로 들어온 우 의장은 곧장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위한 본회의를 개의를 준비했지만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비상사태일수록 비상한 각오로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야 계엄 해제의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은 오전 1시쯤 여야 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역할도 컸다. 집권여당의 수장으로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입장이 난감할 수 있었지만, 곧바로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면서 의원들의 혼란을 최소화했다. 같은 시각 추경호 원내대표가 국회와 당사 사이에서 의원총회 장소를 고민하다가 의원들의 원성을 샀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원외’인 한 대표는 본인이 투표권이 없음에도 본회의장까지 들어와 삼엄한 경비를 뚫고 국회 진입에 성공한 18명의 자당 의원들을 격려했다. 한 대표는 표결 이후에도 집권여당 대표로서의 무게감을 잃지 않았다. 한 대표는 “집권여당으로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위법한 지시에 따르지 않는 것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공무원들을 끝까지 지켜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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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계엄군의 국회 진입을 최대한 늦춰야 된다고 판단한 이 대표는 국회로 이동하는 와중에도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저희도 목숨 바쳐 지켜내겠지만 우리 힘으로 부족하다”며 시민들에게 국회로 와줄 것을 호소했다. 이 대표의 소집 요청에 많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국회 앞을 찾았지만 계엄군 및 경찰과 무력 충돌을 하는 불미스러운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평소 서로의 약점을 물고 뜯기 바빴던 양당 대표들도 국가적 위기 사태 앞에서는 힘을 합쳤다.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이 재석 의원 전원 찬성으로 통과되자 두 사람은 본회의장 뒤편에서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한편 민주당은 국회 내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에 투입된 수도방위사령부 특임대 병력이 우 의장와 한 대표, 이 대표를 체포·구금하려 했던 시도가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헌법에 계엄 해제 권한이 국회에 있는 것은 계엄 발동은 대통령이 하지만, 계엄을 유지할지 말지는 국회가 판단해 달라는 취지”라며 “이것을 무력화하는 것은 쿠데타이자 내란 음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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