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한복판에 있는 기분입니다. 하지만 계엄군이 국회로 진입하는 모습을 보니 두렵기도 했습니다”
비상계엄이 선포되던 3일 오후10시30분. 국회에 야근을 하고 있던 김창문 보좌관(허종식 국회의원실)은 친구의 카톡을 받게 된다.
“계엄선포됐는데, 민주당 괜찮냐?’
김 보좌관이 급하게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뉴스가 올라왔다. 장갑차 사진 등 카톡방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곧바로 계엄사령관인 육군대장 박안수 이름으로 ‘정치활동 금지, 언론‧출판 계엄사 통제, 포고령 위반자는 영장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할 수 있다는 포고령”이 발표되는 모습을 보고 그는 ’섬뜩함’을 느꼈다고 한다.
김 보좌관은 “경찰이 국회 출입문을 봉쇄하면서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하는 상황을 벌어졌고, 헬기 소리가 크게 들리면서 불안감이 두려움으로 바뀌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곧바로 국회 본회의장으로 향했고, 그곳에는 헬기에서 내린 군인들이 줄줄이 나타나 김민기 국회사무총장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본관진입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는 “사진만 찍고 있을 수 없어서 주변의 보좌진들과 시민들과 함께 그들을 막아섰다”면서 “이정환 보좌관, 윤지훈 보좌관, 김성용 선임비서관 등 지인들이 옆에 있어서 반가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 보좌관이 보기에 대다수 군인에게서 ‘우리도 국회에 왜 와야하는지 모르겠다’는 눈빛을 읽을 수 있었지만 일부 호기로운 군인 몇몇이 물리력을 과시하며 극렬한 대치상황이 이어졌다.
자신을 변호사라고 밝힌 한 보좌관이 군인들을 향해 “나중에 처벌받을 수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지만 결국 일부 군인들은 국회 본관 유리창을 깨고 안으로 진입했다.
카톡에서는 방송에서 김 보좌관을 발견한 지인들이 잇따라 안부 메세지를 보내왔다고 한다.
본관 안에서의 대치는 치열했다.
전기은 보좌관(박찬대 의원실)과 신동식 선임비서관(허종식 의원실)은 본관 안에서 유치창을 깨고 진입한 군인들과 대치했다.
보좌진들은 소방호스와 소화기로 진입을 막았고, 군인들은 최루탄으로 응수했다고 한다.
다행히 극력한 대치를 하던 도중 국회에서는 ‘계엄해제결의안’이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본관 앞은 순간 만세 분위기로 변했다고 한다.
군인들도 발길을 돌려 국회를 떠나기 시작했다. 군인들이 창을 깨고 들어온 현장은 처참했다.
김창문 보좌관은 “민주당이 반국가세력이라고 하는데, 민주당 보좌관인 나도 반국가세력인가”라고 반문하며 “의원실에서 뜬눈으로 지새우며 참담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렇게 한밤 중 6시간의 비상계엄 상황은 마무리됐다.
/남창섭 기자 csnam@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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