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국무회의 심의 절차를 정상적으로 밟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무회의록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에서는 4일 오전 11시30분 현재 회의록을 게시하지 않은 상태다.
현재까지 조선비즈가 경제부처 등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국무위원 중 계엄 발령을 위한 사전 국무회의 참석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사람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유일하다. 다른 부처는 대부분 “확인해줄 수 없다” 등의 입장이다.
만약 윤 대통령이 정족수를 채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라면 절차 위반과 직권 남용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4일 법제처에 따르면 계엄법 제2조 5항은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거나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국무회의 규정 제6조(의사정족수 및 의결정족수 등)은 ‘국무회의는 구성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구성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돼 있다. 계엄 선포는 의결 사항은 아니다.
국무위 구성원은 회의를 주재하는 대통령 혹은 국무총리, 그리고 19개 부처의 장관이다. 다만 여성가족부는 현재 장관이 공석이어서 차관이 대참할 수 있다. 국무회의가 성립되기 위해선 부처 장(차)관이 최소 10명은 참석해야 한다.
현재까지 사전 국무회의 참석이 확인된 국무위원은 경제부처 장관 10명 중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이 유일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3일 밤 10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가 소집됐고, 송 장관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계엄을 해제한 새벽 4시 국무회의에도 참석을 했다. 계엄 해제 국무회의 종료 후에 바로 세종으로 와서 간부들에게 근무 기강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 외 국무위원들의 참석 여부는 불명확하다. 계엄 해제를 위한 사후 국무회의는 참석했다는 국무위원들이 있지만, 계엄 의결 국무회의에 대해선 대부분 입을 닫고 있다.
상당수 부처에선 참석과 불참 모두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인지 “참석 여부 자체를 확인할 수 없다”고 대응하고 있다.
우선 국무회의 핵심 멤버인 한덕수 국무총리의 밤 10시 국무회의 참석 여부에 대해 총리실 공보실은 “확인이 안 된다”고 밝혀왔다. 다만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는 한 총리가 직접 주재했다”고 설명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국무회의 참석 여부에 대해 기재부 대변인실은 “모른다”고 답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안덕근 장관의 국무회의 참석 여부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후 나오면서 ‘국무회의 참석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대응하다 “죄송하다. 제가 회의 주최자가 아니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하고 자리를 떠났다.
해양수산부는 강도형 장관의 참석 여부에 대해 “3일 오후 세종에서 브리핑을 한 후 줄곧 세종에 체류했다. 물리적으로 참석이 어려웠다”고 대변인실을 통해 밝혀 왔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 역시 참석이 물리적으로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완섭 장관은 전날 환경부 기자단 체육행사 이후 밤 9시40분까지 세종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계엄 의결 국무회의는 연락을 못 받아 참석하지 못했고, 해제 국무회의에는 참석했다”고 고용부 대변인실이 전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는 참석이 확인됐지만, 계엄 의결 국무회의 참석 여부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 중기부 관계자는 “사전 국무회의 참석 여부에 대해선 확인불가”라고 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의 참석 여부에 대해서도 국토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의 참석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과기부 측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배석자 신분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파리 출장 비행 중이어서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도 대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회의 배석자 자격을 갖고 있는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국무회의에 불참했다”고 했다.
종합하면 총리를 비롯해, 기재부, 산업부, 농식품부, 해수부, 환경부, 고용부, 중기부, 국토부, 과기부, 복지부까지 경제부처 국무위원 11명 중 송 장관 1명만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이 공식 확인된 셈이다. 나머지 10명 중 적어도 7명은 사실 자체를 밝히지 않는 중이다.
국무회의 회의록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 의정담당관실은 이날 오전 내내 취재를 피했다. 행안부 의정담당관은 국무회의와 차관회의 회의록을 작성·공개하는 업무를 맡는다. 행안부 정보공개 페이지엔 현재 지난달 29일 열린 2024년도 49회 국무회의 회의록까지 올라와 있다. 회의록에는 참석자 및 대참자 명단, 배석자 참석 여부를 포함해 주요 논의 내용이 들어간다.
의정담당관(과장급)을 비롯해, 담당 주무관 연락처로 10회 이상 유선 취재를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국무회의 간사를 맡는 김한수 행정안전부 의정관(국장급)은 아예 전화를 ‘부재중’으로 돌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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