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해제! 계엄 해제!”
45년 만에 사상 초유의 계엄령이 내려지자 지난 3일 오후 11시쯤 국회 출입문 앞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을 해제하라는 수백명의 시민들이 모여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경찰들은 국회 진입을 시도하려는 시민들에게 “이러시면 안 된다”라며 시민들과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는 듯 했다. 일부 시민들은 “지금 당신들 행동 모두 다 불법 행위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게 무슨 행태냐”라며 바리케이드를 잡아 뜯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은 점차 불어나 국회 앞 대로변을 빽빽이 메웠다. 자정이 되기 조금 전, 군 병력을 태운 수송 버스가 도착하자 수십명의 시민들은 버스 진입을 막기 위해 버스를 둘러싸고 그 앞에 주저앉기도 했다.
같은 시각 국회 안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연막이 피어오르고, 무장한 계엄군을 태운 헬기 3대가 국회로 향하는 등 상황은 촉박하게 흘러갔다. 이후 계엄군은 국회 본청으로 진입했다.
시민들은 “지금 헬기에 이어 장갑차도 오고 있다! 우리가 직접 국회를 지켜야 한다”라며 외쳤다.
또 다른 시민들은 연신 탄핵, 계엄 해제 등의 구호를 외치며 SNS와 유튜브로 현장 상황을 중계했다. 한 시민은 눈물을 흘리며 “시대가 어느 시댄데 말도 안 되는 계엄을 내리냐”며 한탄했다.
현장에는 계엄 소식을 접한 중국중앙TV(CCTV), CNN을 비롯한 외신 취재진이 현장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한 국회의원이 경찰 측에서 설치한 바리케이드를 넘어 국회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 측은 이를 제지하기 위해 경찰이 3명이 제지하는 등의 마찰도 빚어졌다.
해당 의원은 “국회의원을 국회에 못 들어가도록 막는 게 말이 되냐. 너희가 무슨 권한으로 출입을 막냐”며 “너네 이거 다 불법 행위야! 얼굴 다 찍어놓을 테니 각오해”라고 항의했다.
자정을 조금 넘은 시각이 되자 진보당과 정의당을 필두로 한 정당 관계자들도 당 깃발을 휘날리며 계엄 반대 물결에 동참했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국회 앞 돌담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지금 대한민국 헌법 77조에 따르면 전시나 사변이 아니면 계엄령을 선포할 수 없다. 따라서 이 계엄령은 무효다”라며 시민들과 함께 소리쳤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추가적인 군사 헬기 3대가 국회 안으로 투입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은 계속됐다.
“국회에서 계엄령 해제 결의안이 가결됐습니다!”
계엄령이 선포된 지 두 시간여가 흐른 4일 오전 1시쯤, 이러한 소식이 마이크를 잡은 한 정당 관계자에 의해 들려왔다. 계엄령 해제 결의안이 가결됐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시민들은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했다.
그러나 계엄이 해제됐다는 소식에도 시민들은 분노가 가라앉지 않은 듯 “윤석열을 탄핵하라”, “윤석열을 체포하라”는 구호를 연신 외치며 자리를 지켰다.
/글·사진 전상우 기자 awardwoo@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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