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터리 3사가 전기차 배터리 폼팩터(형태) 중 하나인 각형 배터리 공급 및 개발에 일제히 뛰어들었다. 각형 배터리는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중국 CATL이 주력으로 공급하는 제품이다. 국내 공급업체는 삼성SDI가 유일했으나 세계 시장 수요가 늘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포트폴리오 확보에 나선 것이다.
납작한 상자 모양의 각형 배터리는 알루미늄 캔으로 둘러싸여있어 외부 충격에 강한 특성을 갖는다. 상대적으로 셀 자체의 강성이 높아 배터리 모듈, 팩 단계에서 구조적 간소화가 가능하다.
3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배터리 폼팩터별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서 각형은 2018년 57%였으나 지난해 1분기 기준 65%까지 확대됐다. 유럽 시장에서 각형 배터리의 선호도는 더 높다. BMW, 벤츠, 스텔란티스, 볼보 등이 각형 배터리를 채택했고 폭스바겐그룹도 향후 2030년까지 각형 배터리 비중을 80%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2023년 유럽 내 배터리 폼팩터별 사용 비중은 각형이 49%로 절반을 차지했고 파우치형과 원통형은 각각 35%, 16%에 그쳤다.
LG에너지솔루션은 3일 미국 1위 완성차 업체 GM과 각형 배터리 공동 개발에 나선다. 이 배터리는 향후 GM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각형 배터리 개발 계획을 공식화 한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 원통형, 각형 등 모든 배터리 폼팩터를 포트폴리오로 갖춘 유일한 기업이 됐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이번 계약으로 더 강화된 제품 및 고객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며 “향후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지나 본격 성장기에 진입하고 고객 요구가 다양해질 시기에 더 전략적인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삼성SDI는 현대자동차그룹과 GM 등에 공급을 확정짓고 관련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삼성SDI는 현대차그룹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 GV90에 각형 배터리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GM과는 미국 내 2027년 양산을 목표로 35억달러를 투자해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이곳에서 생산된 삼성SDI의 각형 배터리는 추후 출시되는 GM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김종성 삼성SDI 경영지원실장은 10월 30일 열린 2024년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GM과 합작법인에 관해 설명하며 “2027년부터 2034년까지 각형 프리미엄 배터리 P6를 생산해 GM에 공급할 예정”이라며 “생산 규모는 연간 27GWh로 추후 협의를 통해 36GWh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SK온도 파우치형 일변도에서 벗어나 2023년 초 각형 폼팩터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준비에 나섰다.
SK온의 각형 배터리는 6월 업무협약(MOU)을 맺은 중국 저장지리홀딩그룹으로 공급이 유력하다. 지리그룹은 산하에 지리자동차, 스웨덴 볼보·폴스타, 영국 로터스 등 약 10개 브랜드를 둔 회사다. SK온은 폴스타가 2025년 양산할 ‘폴스타5’에 하이니켈 NCM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인 만큼 다양한 지리그룹 브랜드로 협력을 확대할 것으로 파악된다.
김경훈 SK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8월 1일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각형 폼팩터의 기술 개발은 완료된 상황이다”라며 “양산 시기 등에 대해 복수의 고객과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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