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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충실의무’ 상법 개정 못 받는 與, 자본시장법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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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상장 기업의 합병 등 자본거래 과정에서 이사회에 ‘주주 이익 보호 노력’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사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려는 상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에 맞서 정부·여당이 마련한 대안이다. 여야가 관련 입법을 내놓으면서 정치권의 ‘소액 주주 보호 방안’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명태균 씨 논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명태균 씨 논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3일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날(2일) 정부가 발표한 ‘자본시장법 개정 방향’을 토대로 발의한 여당 안이다.

핵심은 기업이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4가지 행위(합병, 중요한 영업·자산의 양수도,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분할·분할합병)를 할 때 이사회가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을 담은 것이다. 이를 통해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 책임을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다.

주주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절차도 규정했다. 이사회가 합병 등의 목적, 기대효과, 가액의 적정성 등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공시하도록 했다. 또 계열사 간 합병에 대해서도 가액 산정기준 대신 주식가격·자산가치·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공정가액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앞서 지난달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당시 비(非)계열사 간 합병에 대해서만 가액 산정 기준을 폐지했는데, 적용 범위를 넓힌 것이다. 현행 규정은 주식 시가만 기준으로 기업 가치를 매겨, 대주주가 합병 등 과정에서 주가를 조정해 소액 주주 손해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할 때 모회사 일반 주주(대주주 제외)에게 자회사 신주를 20% 범위에서 우선 배정할 근거도 담았다.

이 같은 규정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상장법인 2600여 곳에 한정해 ‘핀셋’ 적용한다. 야당 주장대로 상법을 개정할 경우 적용 대상이 비상장 기업 102만 곳으로 대폭 늘어나 경영 위축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재계 우려를 반영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서울여성정치아카데미 1기 개강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서울여성정치아카데미 1기 개강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與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충분” vs 野 “상법 개정 반드시”

‘소액 주주 보호’라는 큰 틀의 목표를 두고 여야 간 힘겨루기는 격렬해질 전망이다. 여당은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핀셋 규제’를 시행하면 개인 투자자 이익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지고,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최소화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이사의 ‘노력 의무’를 기업합병이나 물적분할 등에 한정한 자본시장법 개정만으로는 일반 주주 보호 조치가 미흡하다고 본다. 소액 주주 피해가 합병, 분할 등 자본 거래는 물론 스톡옵션, 부당 내부 거래 등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어 자본시장법 개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담은 포괄적 조항을 넣을 경우 어떤 주주의 이익을 말하는 것이냐를 놓고 해석상 큰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결과적으로 (소송에 따라) 대법원 판례로 안착할 수 있다. 10여년 걸릴 텐데 지금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감내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국민이 우려하는 부분 충분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한 일률적인 재무 거래 기준을 없애버리고 대신 주주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오히려 불합리한 사안을 더 효율적 실효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앞서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즉각 상법 개정 중단을 선언하고, 정부·여당과 함께 주주 이익은 보호하면서도 기업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최적의 방안을 찾기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에 적극 임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TF 현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TF 현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뉴스1

반면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 내 상법 개정안 처리를 목표로 한다. 이와 관련, 오는 4일 상법 개정안 관련 토론회를 열고 당내 의견을 수렴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좌장을 맡고, 경영계와 투자자 각각 6명이 토론회에 참여한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다만 이 대표가 최근 자본시장법 개정에 대한 유연한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한국거래소에서 투자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합리적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실제로 시행되면 굳이 상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대기업에 이사의 주주충실의무를 부여하는 수준의 책임을 명시한다면 상법 개정을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병행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이 상법 개정안을 열어두고 협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른바 개미 투자자들이 반발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최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가상 자산 소득 과세 2년 유예 등 개인 투자자 표심을 고려해 그간의 입장을 바꿔왔다.

개인 투자자들은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을 환영하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조선비즈에 “이사 충실의무 조항을 담은 상법 개정의 본질은 주주 간 이해상충을 해소하자는 것”이라며 “자본시장법으로 상장회사만 막는다고 일반주주가 보호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사 충실 의무를) 상법에 규정하지 않고 자본시장법에만 규정하면 비상장회사를 이용한 여러 터널링(대주주 일가가 소유한 비상장사로 상장사의 이익을 내부거래를 통해 이전하는 행위)이 개발될 것이기 때문에 상법 개정이 옳다고 본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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